론스타와 HSBC의 외환은행(004940) 매매 계약 승인과 관련한 질문에 정부 당국자들은 하나같이 답을 피했다. 일각에선 윗선(?)에서 입단속을 시켰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달여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새 정부 들어 외국 자본 유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고, 국제 금융통인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 "능동적으로 해법을 찾아보겠다"며 희망섞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HSBC는 이에 따라 다음 달 3일께 스티븐 그린 HSBC그룹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극비리에 추진하고 있었다. 오는 17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항소심 이후 금융당국의 승인 신호를 받고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방한한다는 후문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린 CEO의 방한 일정을 취소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금융당국이 미온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HSBC가 론스타와의 1차 계약 파기 가능 기간인 내달 1일부터 7일 사이 정부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할 일이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잘나가는 금융그룹 HSBC는 유독 한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일은행과 한미은행 인수전에선 막판에 발을 빼고, 한국 현지법인을 세우려던 목표가 무산된 데 이어, 계약까지 체결해 놓은 외환은행 인수를 눈 앞에서 놓칠 지경이 됐다.
사실 HSBC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못하는 이유가 본인 문제가 아닌 양도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로 현 정부가 사실상 `식물` 상태에 빠지면서 외환은행 매각 건에 불똥을 튀기고 있는 상황도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자본인 HSBC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기댈 언덕은 없는 것일까.
한편에선 이르면 다음 달 예정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기대를 보이는 시각도 있다. 국제 금융사회에서 그 동안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정부의 입장표명을 강하게 요구해왔던 만큼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해결책을 모색해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특히나 론스타는 부시 대통령의 지역구인 텍사스를 근거지로 하고 있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방미 선물로 제시한 것이라는 비난여론으로 뭇매를 맞는 마당에, 부시 대통령 방한에 맞춰 외환은행 건을 해결하는 것은 더 큰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계약이 깨질 경우 가장 손해를 보는 쪽은 HSBC, 그 다음으로 손해보는 곳은 한국 정부라고 진단했다.
지난 2003년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것이 있었다면 끝까지 시시비비를 가려 죄를 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것은 법원의 몫이다.
금융당국은 금융당국의 할 일을 해야한다. 심사만 1년 넘게 할 것이 아니라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 은행 대주주 자격이 있는지 판단을 내려야 하고, HSBC가 신청한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에 대해서도 답을 줘야한다. 승인을 하든, 하지 않든 시장이 예측할 수 있는 답을 줘야 참여자들이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
계속 입만 꾹 다물고 있는 것은 시장은 외면한채 책임만 회피하려 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코 앞의 국내 정치적인 분위기만 살피다가 금융허브는 물 건너 가고 국제 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게 될 지 모를 일이다.
HSBC의 한 임원은 "지금 상황에서 기댈 곳은 여론 환기 밖에 없다"며 "제발 쇠고기와 외환은행은 별개라는 사실을 알려 달라"고 토로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겠지만, 쇠고기와 외환은행은 별개다. 정치적 이유로 경제적 현안이 꼼짝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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