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환율은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전 거래일 종가(1394.2원)보다 14.70원 오른 1408.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3.8원 오른 1398.0원에 시작해 점차 상승폭을 키워가는 중이다. 이대로 마감가까지 유지한다면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처음 1400원대를 기록하게 된다.
이날 환율이 1400원을 넘긴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충격에 따른 ‘킹달러’ 가속화, 아시아 통화의 동반 추락, 달러화 추가 강세에 베팅하는 롱심리(달러 매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달러인덱스는 현지시간 21일 오후 10시께 전일 대비 1.06포인트 뛴 111.70을 나타내며 상승폭을 더욱 키우는 중이다. 달러인덱스가 111선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2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119%포인트 뛴 4.114%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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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를 가속화 한 것은 미국의 고강도 긴축 공포다. 이날 새벽 발표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연준은 기준금리를 세 번 연속 0.75%포인트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에서 3.00~3.25%로 상승해 2008년 1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2.5%)와의 격차가 0.75%포인트 벌어지게 됐다. 연준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기존 3.4%에서 4.4%로, 내년 기준금리는 3.8%에서 4.6%로 높였다. 앞으로 남은 두 번의 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0.5% 포인트 금리 인상) 이상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여파로 아시아 통화가 동반 추락하면서 원화 하락 압력을 키우는 중이다.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CNH) 환율은 전일 대비 0.32% 오른 7.09위안대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엔화도 달러당 144.46엔을 나타내면서 전날 보다 약세폭을 키우는 중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내년까지 환율이 오를 확률이 커졌다면서 상단 전망치를 1500원대로 높였다. 외환당국의 적절한 추가 조치가 없다면 2000원까지도 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단 분석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당초 올 3분기를 환율 고점으로 봤는데 1400원을 돌파한 만큼 내년초까지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면서 “환율 상단치는 1500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날 장 시작 이전 외환당국이 비상거시금융회의를 개최했지만, 그에 따른 환율 안정 효과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수장들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22일 또다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추경호 부총리는 “일방적인 쏠림에는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고, 정부는 가용한 모든 수단 동원해서 필요한 순간에는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구두개입 정도로는 롱(달러 매수) 베팅을 되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거금 회의 이후 상승폭을 15원 가까이 키우고 있다. 민 연구원은 “거금 회의 이후 오히려 역외 달러 매수 심리가 더 강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