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생 김창인 `자퇴 선언`.."대학은 기업이, 학생은 상품이 아니다"

  • 등록 2014-05-08 오전 11:34:13

    수정 2014-05-08 오전 11:34:13

[이데일리 e뉴스 우원애 기자]중앙대학교 학생이 자퇴를 선언했다. 학교가 취업 학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중앙대 철학과 3학년 김창인(24)은 7일 오후 중앙대 서울캠퍼스 영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라는 제목의 자퇴 선언서를 낭독했다.

김씨는 자퇴 선언서에서 “2008년, 두산이 야심차게 중앙대를 인수하며 박용성 이사장이 ‘대학도 기업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중앙대라는 이름만 남기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한 말이 불과 5년만에 실현됐다”며 “정권에 비판한 교수는 해임됐고, 총장을 비판한 교수는 수거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계를 의무적으로 배우면서, 성공한 명사들의 특강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교양 과목은 축소됐고, 이수 학점은 줄어들었다. 학과들은 통폐합됐다. 건물이 지어지고 강의실은 늘어났지만, 강의 당 학생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학내 구조조정 등과 관련해 투쟁을 벌여오던 중앙대 철학과 학생인 김창인씨가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퇴를 선언하고 있다
김씨는 또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대자보는 금지됐다. 정치적이라고 불허됐고, 입시 행사가 있다고 떼어졌다. 잔디밭에서 진행한 구조조정 토론회는 잔디를 훼손하는 불법 행사로 탄압받았다. 학생회가 진행하는 새터와 농활도 탄압받았고, 지키는 일이 투쟁이 되었다. 중앙대는 표백되어갔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학교본부에서는 나의 징계 이력이 학칙에 어긋난다며 올해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 피선거권을 박탈했다”며 “교환학생 자격박탈, 학생회비 지급금지 등 갖가지 협박수단을 동원해 인문대학생회를 협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10년, 중앙대의 무분별한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한강대교 고공시위를 벌이다 학교측으로부터 18개월의 유기정학을 받고 구조조정 토론회를 기획했다는 이유로 근신처분을 받았었다.

그러면서 김씨는 “대학은 세일즈하기 편한 상품을 생산하길 원했다. 하지만 대학은 기업이 아니고 나 또한 상품이 아니다”라며 “그 누구보다 중앙대를 사랑하고 중앙대가 명문대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며 자퇴를 선언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자퇴 선언서를 낭독 한 직후 바로 학교 측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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