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돌아간 '한국 국적' 자녀들, "돌아가 병역 마치고 싶다"

여가부-유엔인권정책센터, 베트남 귀환 결혼이주여성들 조사
절반 이상 베트남 현지
한국 국적 자녀들은 의료보험도 배제
부모, 자녀들 상당수 한국서 학업·취업 원해
  • 등록 2024-08-20 오전 11:03:24

    수정 2024-08-20 오전 11:03:24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국내에 정착하지 못하고 베트남으로 돌아간 결혼이주 여성 다수가 귀환 후에 자녀 양육 등에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자녀 상당수는 한국에서 학업과 취업을 이어가길 희망했다.
한복 입고 경복궁 탐방하는 학생들. 연합
여성가족부가 유엔인권정책센터와 함께 연구용역을 맡겨 ‘2023 베트남 국외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이번 조사는 결혼이주로 한국에 왔다가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간 여성들, 또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베트남으로 함께 돌아간 귀환 자녀들을 대상으로 했다. 베트남은 결혼이주 여성 가운데 23%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결혼이주 사례가 많은 지역으로, 그만큼 한국 사회 안착에 실패하고 돌아가는 이들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사가 이뤄졌다.

특히 베트남 현지 정부 도움을 받아 귀환 여성들과 자녀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조사도 이뤄졌다. 남편과 이혼이나 사별, 그밖의 개인적인 이유들로 베트남으로 돌아간 161명의 여성들은 평균 결혼 기간이 40개월, 평균 연령은 37세였다.

혼인 상태는 한국과 베트남에서 모두 이혼한 응답자가 전체 절반 정도였고, 한국에서만 이혼한 여성이 13%, 양국에서 모두 이혼을 마치지 않은 여성이 15%나 됐다. 국내에서 이혼하지 않았음에도 결혼 생활 지속이 불가능하고 한국 사회 정착도 못해서 돌아간 여성들이 상당히 많았던 셈이다.

이들은 귀환 후에도 경제 사정이 어려워 함께 돌아간 자녀 양육에도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의 23%가 무직이었고, 일을 하더라도 전체의 절반 이상이 현지 월평균 소득인 월 38만원보다 낮은 수입으로 생활 중이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자녀의 경우 의료보험 등도 문제였다. 조사한 여성 161명 중 100명이 자녀가 있다고 응답을 했는데, 이들 중 절반 정도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고, 20%는 한국-베트남 복수 국적자였다.

한국 국적만 가진 자녀들의 경우 의료보험도 큰 문제였다. 베트남은 베트남 국적 아동에게만 국가 의료보험 가입을 허용하는데, 학교 가입 보험 혜택을 볼 수 있는 취학연령 전까지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귀환 여성들은 자녀들만큼은 한국에서 교육받고 취업하기를 희망했다. 전체 응답 여성의 80% 이상이 자녀가 한국에서 교육받기를 원하다고 답했고, 이보다 높은 85%는 자녀가 한국에서 취업하길 원한다고 답했다.

귀환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안착하지 못하고 베트남으로 돌아갔지만, 교육환경에서 한국 사회가 우위에 있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 사회가 여전히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이같은 사정 때문에 여성가족부는 2019년부터 베트남 현지에 인력을 투입해 귀환 여성 가정을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특별히 귀환여성 자녀 10명을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에 초청해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초청으로 한국을 다시 찾은 귀환여성 자녀들의 인식도 부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이 한국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었고, 한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도 많았다.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학생도 있었다. 또 한국 국적을 가진 만큼 한국으로 와 병역도 마치고 싶다고 얘기한 학생도 있었다.

이처럼 귀환 여성과 자녀들이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가고자 하는 기대가 뚜렷하고 한국 국적자도 적지 않은 만큼 정부는 이들에 대한 지원 사업을 앞으로 확대하는 방향도 모색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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