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모드` 돌입한 금(金), 비트코인도 장기 투자 늘까

최근 상관계수 높아진 비트코인-금, 가격 유사한 흐름
가격 낮아진 금 사재기…중앙은행들 55년래 최대 매수
비트코인도 장기투자 목적 거래소서 코인 인출 증가세
"시장 내 잠재적 매물 부담 줄어 가격 안정성 높아져"
  • 등록 2022-11-02 오전 11:35:13

    수정 2022-11-03 오전 7:59:32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비트코인은 한동안 `디지털 금(金)`으로 불리며 금과 함께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나타난 인플레이션 하에서는 비트코인과 금 모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하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역대 유례 없는 현금 유동성을 마구 뿌려댔고 그 때문에 모든 자산들의 가격이 치솟았지만, 올 들어서부터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통화긴축으로 전환한 탓에 가격 거품이 어느 정도 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공격적인 통화긴축 정책을 펴고 있는 탓에 시장금리가 치솟고 미 달러화 가치가 가파르게 뛰자, 이들과 정반대로 움직이는 비트코인과 금의 하락 압력은 더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조절 기대로 달러화 가치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비트코인과 금은 서로 상관관계를 높이며 반등세를 모색하고 있다.

실제 월가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동안 제로(0) 또는 마이너스(-)권에서 움직이던 비트코인과 금 간의 상관계수가 최근 1년 만에 처음으로 +0.3선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이 나스닥이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등 주가지수와의 연관성을 조금씩 낮추면서 금과 더 연동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론적으로 비트코인은 금과 같이 총 공급량이 제한돼 있어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장기 투자 목적으로 금을 무더기로 사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비트코인과 금 간의 상관계수 추이


전날 국제 금광 기업들의 연합체인 세계금협회(WGC)는 3분기(7~9월) 보고서를 통해 이 기간 중 중앙은행들이 사들인 금의 양은 거의 400톤에 육박한다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배 이상 급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올 들어 3분기까지 중앙은행들이 사들인 금 규모는 금본위제가 여전히 시행되고 있던 지난 1967년 이후 근 55년 만에 기록한 최대치에 이르고 있다.

사실 올해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와중에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자 금 가격은 엄청난 하락 압력을 받아왔다. 이에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던 투자자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금을 내다 팔았다.

금은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 불리지만, 실제 올 들어 지금까지 국제 금값은 10.30%나 하락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15.69% 상승한 달러 인덱스와 정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연도별/분기별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량 추이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아시아 지역의 개인 구매자들과 각국 중앙은행은 가격이 떨어진 금을 적극적으로 사담은 셈이다. 현재로선 튀르키예와 카타르를 포함한 여러 중앙은행들이 금을 최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고, 그밖에도 보고되지 않은 기관 구매자들이 금을 사들였다고 WGC는 전했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 등의 국가들은 WGC에 금 매입을 보고하지 않고 있다.

WGC는 “모든 공식 기관들이 금 보유량을 공개적으로 보고하거나 즉시 보고하는 것은 아니다”며 “최근 매수 주도세력은 보고하지 않는 주체들로부터의 매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당분간은 인플레이션 헤지로서의 역할을 못하더라도 길게 보면 달러화 가치가 내려가면서 충분히 반등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중앙은행들이 중장기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금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비트코인시장에서는 어떨까. 실제 비트코인시장에서도 최근 들어 단타보다는 중장기적인 투자를 희망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BoA는 “최근 각 가상자산 거래소들로부터 개인이나 기업의 독자적인 월렛으로 인출되는 비트코인 양이 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비트코인 인출량이 최근 넉 달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인 거래소에서의 비트코인 인출량 추이


이에 대해 BoA는 “투자자들은 주로 장기적인 보유 목적으로 거래소에 있던 비트코인을 자신의 월렛으로 이전시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좀더 길게 보고 투자하겠다는 것이며, 이런 경향이 강해질수록 시장에선 잠재적인 매물이 사라지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와 관련, 한국을 찾은 저스틴 선 트론 창업주 겸 후오비글로벌 어드바이저도 약세장에서의 존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강조하는 발언을 내놨다.

선 창업주는 “약세장에서의 생존 전략은 지속적인 보유, 즉 존버”라고 전제한 뒤 “코인시장은 늘 급격한 변동성 확대 국면이 수 차례씩 반복되는 모습인데, 투자자들은 약세장에서 패닉에 빠지는 일을 피해야만 비합리적인 선택을 강요받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은 약세장에서 꾸준히 학습해 해당 코인 프로젝트를 신뢰하고 코인시장에 대한 긴 비전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고, 코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들에게도 “약세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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