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SRE]현대증권, ‘AA’급 맞아?

불황에 최대주주 지원 가능성도 ‘미미’
  • 등록 2014-11-10 오전 10:43:51

    수정 2014-11-10 오전 11:31:33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신용등급 ‘AA’급 기업 가운데 등급이 적정하지 않은 기업을 묻는 질문에 현대증권(003450)은 대신F&I 다음으로 표를 많이 받았다. 이는 ‘AA’급이 당연했던 증권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뜻한다. 증권사들은 주식시장 침체로 거래량이 줄자 영업실적이 나빠졌고 그 결과 인력 구조조정, 지점 통폐합 등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는 ‘고난의 행군’을 올해도 이어가고 있다.

20회 SRE에서 신용등급 AA급 가운데 등급의 적정성이 떨어지는 기업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139명 중 41명(29.5%)이 현대증권을 선택했다. 30개 기업 가운데 2위다. 현대증권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AA-’, 한국신용평가 ‘AA’, NICE신용평가 ‘AA’의 등급을 받고 있다.

SRE 자문위원은 “증권업계 위기감을 반영하는 세미나와 보고서 등이 자주 등장하는 상황에서 증권사가 ‘AA’급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이번 평가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SRE 결과 현대증권뿐만 아니라 대신증권(003540)(17.3%), 우리투자증권(005940)(8.6%), 대우증권(006800)(6.4%) 등 주요 증권사의 등급 적정성을 문제 삼는 채권시장 참여자들도 상당수였다.

위탁매매 실적 개선 지연

현대증권은 지난 2012 회계연도 이후 위탁거래량이 줄어 수탁수수료가 감소했고 기준금리가 오르는 데 따른 자기매매손실이 늘어나면서 2012회계연도 21억원, 2013 회계연도 43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4 회계연도 이후 기준금리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자기매매손실 규모가 다소 줄었지만, 위탁매매 부문의 실적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판매관리비 부담이 더해지면서 수익성은 여전히 저조한 모습이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5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3월 말에도 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도 지난해 말 마이너스 0.3%에서 올해 3월 말 0%에 그치고 있다.

일부 신평사들이 현대증권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NICE신평은 현대증권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판관비 등 고정비 관리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전반적인 업황 개선 여부가 수익성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증권은 최근 3개년 평균을 기준으로 순영업수익에서 순수탁수수료와 금융손익 등 핵심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0.2%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탁거래량이 회복되지 않으면 수익 구조의 안정성을 높이기는 쉽지 않은 구조란 분석이다.

최대주주 현대상선, 자회사 지원 여력 ‘의문’

올해 6월 말 기준 현대증권의 최대주주는 현대상선(011200)으로 보통주와 의결권 있는 우선주를 합해 22.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9.7%다.

현대증권은 재벌그룹 계열 증권사이지만, 그룹으로부터의 도움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대주주 현대상선은 물론 계열사들의 재무여력과 수익성도 위기가 왔을 때 현대증권을 지원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시장과 신평사의 중론이다.

현대증권 외에도 대주주가 금융지주사가 아니라 기업인 소위 ‘기업계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이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계 증권사들은 2013 회계연도 합산 기준으로 순손실을 기록했고 영업용 순자본비율(NCR)과 자기자본 감소폭도 금융지주 계열사보다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속된 기업 계열사 전반의 신용등급이 나빠진 상황에서는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 담보제공, 지급보증 부담이 무겁고 부실 계열사로부터의 신용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증권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은 ‘BBB- 부정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한신평은 ‘기업계 증권·캐피탈사의 몰락, 무엇이 신용도를 차별화하는가’ 보고서에서 “계열 위험은 경기 침체기에 더욱 부각된다”며 “수익창출 활동이 둔화할수록 증자와 자금대여 등 계열사 지원 활동이 중요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계열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신평사들은 늘어나고 있는 우발채무(미래 특정한 조건에서 채무가 되는 것)도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증권은 올해 3월 말 기준 총 1조 2676억원(자기자본 대비 42.1%) 규모의 우발채무를 보유하고 있다.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매입약정 한도 6992억원(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4813억원), 지급보증 잔액 4744억원, 채무인수약정 500억원, 대출약정 440억원 등이다.

NICE신평은 현대증권의 우발채무가 자산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경기둔화,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우발채무가 현실화하면 자산건전성과 재무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이 업황 악화에 따른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한 상황이지만, 자본건전성과 유동성 등 전반적인 재무 지표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426.7%로 지난 2012년 3월 말 846.6%에서 대폭 하락했지만, 우리나라 증권사 평균치인 460.1%보다는 높다. 유동성도 외부차입 비중이 11.9%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ABCP 매입약정 등 우발채무를 고려한 조정유동성비율도 122.2%를 기록했다.

수익 개선 못하면 등급 ‘위험’

현대증권은 지난 9월 400여명 가량의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구조조정 관련 일회성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비용절감에 박차를 가하면서 900억원 규모의 판관비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조정은 나빠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또 현대증권은 올해 1월 대비 9월의 시장 거래대금이 약 18% 늘어난 데 주목했다. 위탁 영업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3분기에는 위탁영업 수익이 늘어나리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어 채권평가 이익도 발생하게 되면 수익 기반이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신평사들이 신용등급을 내렸던 올해 6월에 비해 증권업 불황과 사업리스크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더 떨어질 우려는 없다”고 단언했다. 국내 신평사들은 올해 6월 현대증권의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일제히 내린 바 있다.

신평사들은 그러나 현대증권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 신용등급을 더 내릴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NICE신평은 2014 회계연도 결산 시 총자산순이익률이 0.5% 이하이고 영업용순자본비율이 400%를 밑돌면 신용등급을 내리는 방안도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0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0th SRE는 2014년 11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bond@edaily.co.kr]

△서울 여의도 현대증권 사옥 전경. (현대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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