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동성 결혼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은 계속 변해왔다. 2008년 대통령 선거에 나설 당시에는 이 문제에 반대해 왔으나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시민적 결합`(civil union)이라는 용어로 동성 간 결혼에 대해 간접적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후엔 동성 커플 결혼 합법화 문제에는 "내 생각이 진화(evolving)하고 있다"는 식의 모호한 태도를 취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 결혼 합법화에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해온 것은 자신의 지지층 중 이 문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선 당락을 결정지을 수 있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중에서는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고 오바마의 주요 지지층인 흑인과 히스패닉계도 이 문제를 두고 갈라질 공산이 크다.
실제 지난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했던 경합주 중 한 곳인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전날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주(州)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오바마의 동성 결혼 합법화 지지로 오바마를 지지했던 유권자 중 상당수가 등을 돌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오바마의 정면 돌파, 득일까 실일까?
그러나 정치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에서 맞붙을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와의 대척점을 더욱 선명히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동성 결혼 합법화 문제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선언으로 보수층 성향의 일부 유권자가 등을 돌릴 수도 있지만 젊은 층과 진보적 성향의 지지층이 더욱 결집되는 효과를 기대했다는 설명이다.
오바마의 이번 발언으로 젊은 층 유권자의 표심도 오바마에게 대거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18~34세에 이르는 유권자의 57%는 동성 결혼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내 30개 주 이상이 동성 결혼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이번 선언이 꼭 오바마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대선 판도에 따라 동성 결혼 문제를 다루는 오바마의 정치적 접근법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보수층을 대표하는 롬니 후보가 동성 간 결혼 합법화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싫든 좋든 이 문제가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