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어디로 갈까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외환카드 주가조작과 관련한 항소심 선고기일이 다음달 17일로 확정되면서 조만간 외환은행(004940)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론스타와 HSBC는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판결 직후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따라 외환은행 매각이 가속화될수도, 엎어질수도 있는 상황이다.

◇ 론스타-HSBC "언제까지 기다리지 않겠다"

29일 금융권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재판장 고의영)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2심에 대한 선고기일을 다음달 17일로 잡았다.

업계에서 예측하고 있는 시나리오는 외환카드 2심 판결에서 1심과 같이 론스타의 유죄가 인정되고 론스타가 항고를 포기하는 구조다.

그렇게 되면 금융위원회는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해 외환은행 주식에 대한 강제 매각 명령을 내리고 론스타는 HSBC에 외환은행 경영권을 넘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론스타와 HSBC는 2심 선고 이후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따라 매매계약 유지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론스타와 HSBC가 매매계약 시한을 7월 말까지 석달 연장하면서도 계약기간 중인 7월1일부터 7일까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옵션을 달은 것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HSBC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한국 정부가 조만간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몇 주내 포기할 수도 있다"며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즉, 다음 달 17일 항소심 이후에도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매각 승인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경우 론스타와 HSBC간 외환은행 매매계약은 깨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 항소심 후 금융당국 움직이나

결국, 문제는 금융당국의 입장에 변화가 생기느냐 여부다.

새 정부들어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 매각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외환은행에 대한 입장이 변한 것은 없다"며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대한 2심 결과를 봐야하고 이후 매각 승인 여부를 결정할지는 지금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럽을 방문 중인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HSBC의 본사가 있는 영국에서 외환은행과 관련한 해법을 제시했는지 여부도 관심이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알리스터 달링 영국 재무부장관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혀 이번 영국 방문 기간 중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표명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 초기에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해결 의지를 많이 보였지만, 최근 정치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여론을 이해시킬 명분을 찾는데 힘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론스타 국제소송 가능성 `솔솔`

만약 론스타와 HSBC간 매매계약에 차질이 생긴다면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계약이 파기돼 투자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하면 사모펀드의 특성상 손해배상 소송을 벌일 수 있다"며 "사모펀드가 이 같은 경우에 소송을 하지 않는 것은 투자자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거나 국제소송을 제기할 경우 정부의 신인도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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