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는 자신의 운송 설비 사업과 알스톰의 발전 설비 사업을 서로 맞바꾸는 방안을 알스톰에 제안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인수·합병(M&A)은 자산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알스톰의 발전 설비 사업 규모는 100억~110억유로(약 14조~16조원)에 달한다.
지멘스는 패트릭 크론 알스톰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인수 제안서에서 “이번 인수를 통해 유럽 내 에너지 발전 설비 사업은 지멘스가, 유럽 내 운송 설비 사업은 알스톰이 이끌어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멘스는 인수 조건으로 인수 후 3년 간 프랑스 내 직원에 대한 인원 감축을 실시하지 않고 주요 자산도 매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멘스는 또 알스톰이 보유중인 핵발전소를 인수할 경우 프랑스 정부와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멘스는 경쟁사 GE가 텃밭인 유럽에 뿌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한 발빠른 제안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GE 대신 지멘스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아르노 몽트부르 프랑스 산업장관은 지멘스의 인수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두개의 챔피언’을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마뉘엘 발스 총리는 GE의 알스톰 인수 움직임이 보도되자 “프랑스 사회당 정부는 일자리와 기술은 물론 주요 기업 경영진 결정에 대해서도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면서 부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04년 알스톰에 구제금융을 투입했지만 직접적인 지분은 없다. 다만 매출의 적지않은 부분을 정부에 의지해야 하는 에너지와 철도분야 특성상 알스톰은 정부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알스톰 인수전이 복잡하게 흘러가자 인수를 먼저 제안한 GE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28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만나 알스톰 인수 이후 청사진 등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는 몽트부르 산업장관도 배석한다.
GE는 에너지분야를 인수하는 대신 교통분야를 넘겨주겠다는 지멘스 인수 제안보다 현금으로 인수하겠다는 자사 제안이 훨씬 구체적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멘스의 일자리 보장 제안에 맞서기 위해 에너지분야만 인수한다는 GE 제안이 일자리를 지키는데도 유리할 것이라는 입장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알스톰은 GE와 지멘스의 인수제안 내용을 검토한 뒤 오는 30일 회사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