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코스피가 또 `전강후약`이다. 30포인트 가까운 급등세로 출발한 지수가 힘없이 무너지며 1800선 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번에도 프로그램에 발목이 잡혔다.
12일 오후 2시41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대비 17.38포인트(0.96%) 내린 1800.06에 거래되고 있다.
이 시간 프로그램은 차익거래를 통해 4130억원, 비차익거래를 통해 1430억원 매도가 나오며 총 5560억원 매도우위를 기록중이다.
이날 프로그램 매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이다. 차익거래를 통해 3360억원, 비차익거래를 통해 1980억원의 매도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전문가들은 지난 6월 만기이후 유입된 외국인의 매수차익잔고가 대부분 소진됐다며, 추가적인 매물 압박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투자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며 "비었다던 잔고에서 왠 매물폭탄이냐"며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동시만기 이후 유입된 비차익거래에 대한 속성을 고려하지 못한 데 따른 계산 착오라는 지적이 나왔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6월 만기이후 지난 1일까지 차익과 비차익거래를 통해 외국인이 각각 2조5000억원 규모로 매수했다"며 "이 때 유입된 비차익거래의 상당 부분이 차익거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두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에 자금 유입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경험적으로 GEM펀드에 자금이 유입된 후 비차익매수가 증가하면 순수한 현물 매수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는 것이다.
둘째는 6월만기 이후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의 방향과 속도(자금 유입 금액 등)가 일치했다는 점이다.
심 팀장은 매수차익거래(선물매도+현물매수)를 하면서 선물과 현물을 각각 다른 계좌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공식 차익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현물매수는 비차익거래로 집계된다는 것.
즉 지난 2일부터 2조원 넘게 차익매도가 나왔지만 비차익거래 잔고 관련 추가 물량 부담이 더 남아있다는 해석이다.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 등을 통해 프로그램 매도가 더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심 팀장은 "오늘과 같은 속도라면 다음주 초중반까지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의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 외국인이 프로그램을 제외한 개별주식은 매수우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과 공매도 잔고 청산을 위한 환매수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이번 매물 고비만 넘기면 수급 상황이 상당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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