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국은행이 차주 단위 데이터를 기반으로 거시경제 충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취약차주가 많은 금융기관에서 정상대출이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등 부실채권이 되는 비율이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권에서 취약차주 평균 부도율(비취약차주 대출채권이 부실채권이 되는 확률)은 1.6배 높아지고, 일부 비은행금융기관에선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배 가까이 확대됐다.
| 서울 중구 한국은행.(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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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은이 발간한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거시경제충격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취약차주 대출 비중이 높은 기관의 부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추정됐다. 한은은 올해~내년 중 △금융완화 지연 △경기하방 압력 △신용 스프레드 확대 △자산가격 하락 등이 동시에 발생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구체적으로 국내은행의 가계 취약차주 평균 부도율은 작년말 2.9%에서 내년말 4.7%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으로 분류된 대출이 부실채권이 되는 확률이 약 1.6배 높아진 것이다. 아울러 부실 우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큰 취약 저축은행의 경우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같은 기간 14.0%에서 최대 26.5%까지 상승, 2배 가까이 확대됐다.
또한 취약 새마을금고와 취약 신용협동조합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작년 각각 10.1%, 10.2%에서 내년말 19.4%, 12.3%로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이나 PF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일수록 자본비율 하락폭이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저축은행은 거시경제충격에 취약한 PF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의 하락폭이 컸고, 상호금융 업권 내에선 새마을금고, 신협, 수협·산림조합 중 자산건전성이 낮은 취약 그룹에 속한 조합들의 순자본비율이 크게 하락했다.
다만 한은은 일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조합에서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금융시스템 내 상호연계 구조와 해당 기관들의 규모를 감안할 때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고 판단했다. 예금자로부터 대부분 자금을 조달하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서민금융기관은 다른 금융업권 의존도가 10% 미만으로 은행·증권회사·보험회사 등에 비해 금융시스템 내 상호연계성이 낮아 파급력이 제한적이란 평가다.
한은은 거시경제충격시 금융시스템 전체 복원력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취약차주 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의 자본비율 하락폭이 크게 나타나는 등 기관별로 취약성에 차이가 존재하는 점을 감안, 더 정교한 금융기관 손실흡수능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은은 “PF대출 비중이 높은 기관들은 거시경제충격시 복원력이 크게 악화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부동산PF 연착륙 방안을 차질없이 추진하면서 부실 우려를 사전에 제거해 나가야 한다”며 “급격한 기업대출 확대와 같은 과도한 고위험·고수익 위주 외형성장을 억제해 충격 취약성을 낮추고 관계형 금융 등 서민금융기관 본연 역할에 충실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