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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 A씨는 2021년 8월 15일 부산 기장군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여자친구인 B씨(40대)와 연락 문제로 다퉜다. A씨는 화가 나 세탁실에 있던 생수 가득 찬 2리터 용량의 페트병을 가지고 온 다음, 페트병으로 피해자 B씨의 왼쪽 눈 부위를 수회 내리쳤다. A씨는 B씨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눈꺼풀과 눈 주위 열린 상처의 상해를 가했다.
이후 B씨가 이별을 통보하고 연락을 받지 않자 A씨는 지속적으로 B씨에게 이메일을 전송하고 전화연락을 시도하면서 연인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B씨는 A씨의 전화 수신을 차단하는 등 피고인의 만남 요구를 거절했다.
그럼에도 A씨는 2021년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B씨와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4회에 걸쳐 전송하고, 2021년 11월 13일 부산시 연제구에 있는 상가건물 내 계단에서 B씨가 직장에서 퇴근하는 것을 기다리다가 B씨를 발견하고 계단에서 내려와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B씨의 모습을 지켜봤다.
A씨 측은 재판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페트병에 들어 있는 물을 술상에 뿌린 사실은 있지만 페트병으로 피해자의 눈 부위를 수회 내려친 사실은 없다”면서 “설령 피고인이 페트병으로 피해자의 눈 부위를 수회 내려쳤다고 하더라도 페트병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사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도구라고 일관되게 진술한 이 사건 페트병에 물이 들어 있었다면 그 무게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 페트병의 단단한 뚜껑 부분으로 피해자를 수회 내리치는 것은 사회통념상 상대방이나 제3자의 입장에서 신체의 위험을 느낄 수 있는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술에 취한 성인 남성이 ‘죽어라.’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페트병을 수회 내리치며 흔드는 상황이라면, 사회통념상 피해자를 비롯한 성인 여성의 입장에서 신체에 상당한 위험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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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말다툼 중에 생수 1리터를 저에게 붓고, 생수통 마개 부분으로 저의 왼쪽 눈 부위를 때려서 다친 사건이 있었다고 진술한 사실은 있으나 명시적으로 생수가 가득 찬 페트병에 맞았다는 진술을 한 사실은 없다”며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맞은 것은 뚜껑을 뜯지 않은 새 페트병이 맞느냐’는 검사 질문에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생수가 가득 찬 페트병으로 피해자의 눈 부위를 내리쳤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물이 가득 차 있지 않은 빈 페트병 자체는 피해자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을 상해죄로 처벌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어 보이므로, 직권으로 축소사실인 상해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다”며 “또 더 이상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당심에서 피해자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고 원만히 합의한 점, 피고인이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신분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에 처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상해의 고의, ‘스토킹 행위’, ‘반복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