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리온그룹과 대주주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으며 추후에도 지원 계획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은 동양의 지원요청을 받고 장기간 숙고했으나 경영 안정과 주주들의 불안을 고려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동양그룹은 담 회장(12,91%)과 이화경 부회장(14.48%)이 보유한 오리온 주식으로 동양그룹이 발행할 5000억~1조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에 신용보강을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동양, 독자 생존 가능할까
시장에서는 동양그룹의 자금 사정이 10월 들어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유는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이 내달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증권사들은 계열사가 발행한 투자 부적격등급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투자자에게 매매 권유할 수 없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 등급 모두가 투자부적격 등급이라 동양증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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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자금난에도 리테일 영업력이 강한 동양증권 창구를 통해 차환용 회사채를 꾸준히 발행해 왔던 동양그룹으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동양그룹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감당할 수준은 되지 못한다. 결국, 동양은 자금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12일 동서 그룹인 오리온에 손을 내밀었지만 오리온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1조 1000억원 규모의 빚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위기에 몰리게 됐다. 당장 오는 26, 27일 발행하는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시장에서 소화될지도 의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동양증권의 영업창구를 활용하지 못하는 한 동양그룹 스스로 자금난을 타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오리온의 지원 거부로 동양그룹의 10월 위기설은 더욱 증폭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채권단 지원 가능성은
동양그룹이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했다 거절당한 뒤 오리온에 손을 내민 상황이라 정부의 지원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특히 동양그룹이 은행권에 진 채무가 5000억원 안팎에 불과해 동양의 좌초가 금융권에 미칠 파장도 크지 않아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을 것이란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동양그룹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나 CP를 막지 못하면 연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동양그룹이 CP나 전자단기 사채 등을 대부분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해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과거 부산저축은행사태 처럼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사태 문제가 불거지면 정치·사회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 정부가 손을 놓고 있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채권단 “추가 지원 어렵지 않겠냐”
채권단은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동양그룹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는 “동양 측에서 결정할 문제”라면서 “지금은 동양이 자체적으로 (자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아직 동양 측에서 채권단에 요청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단들이 그동안 오너가의 지원에 기대를 걸었는데 결렬됨에 따라 채권단의 추가 지원도 어렵지 않겠냐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동양그룹의 부도 가능성에 대해 “당연히 상환이 되지 않으면 부도처리 되지 않겠냐”며 “여러 가능성을 두고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금융감독원이 동양증권을 특별 점검에 나선 것도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를 직접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