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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밑바닥에서 우정을 다져온 네 친구는 어느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함께 카지노의 돈을 털려던 이들은 철중(권상우)의 배신으로 계획을 성사시키지 못한다.
우민(송승헌)은 죄를 뒤집어쓴 뒤 철창에 갇힌다. 우민이 출소한 2년 후 세상은 달라졌다. 철중은 조직의 중간 보스가 됐고, 도완(김인권)은 마약에 빠져 심신이 망가졌다. 영환(지성)은 친구들의 반목을 잠자코 지켜본다. 우민과 철중은 피할 수 없는 대결을 벌인다.
여성 관객의 취향, 생각 같은 것은 개의치 않겠다는 듯 ‘숙명’은 2시간여의 상영시간 내내 남성 호르몬 과잉 상태를 유지한다. 남녀 관계는 대체로 남자의 일방적인 완력과 협박에 의해 유지된다. 여자들은 남자들을 하나같이 “오빠”라고 부른다. 등장하는 여성은 모두 유흥업에 종사한다.
극중 대사처럼 ‘숙명’의 세계는 ‘복마전’이다. 표면적으로 송승헌이 주인공, 권상우가 악역이지만 모두가 그저 거칠고 가련한 밑바닥 인생일 뿐이다. 등장 인물 중 어느 한 명에게 정붙이고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다.
김해곤 감독은 “인간들의 가소로움과 그 가련한 투쟁에 가슴 가득 연민과 위로를 머금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루한 삶의 밑바닥을 가감없이 드러내겠다는 의도는 지나치게 감상적인 음악 속에 쉽게 파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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