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용 회장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김승연 회장과 이신효 여천NCC 부사장, 허원준 한화석유화학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며 "여천NCC 문제는 대화가 아닌 법적 수단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이준용 회장은 여천 NCC 한화측 이신효 부사장이 `지분을 팔고 나가라`고 말했다는 한 언론의 기사를 이번 분쟁의 원인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 부사장이 기자를 상대로 이같은 발언을 하게 되기까지는 김승연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이 회장이 명예훼손으로 한화측 인사를 고소하고, 더욱이 신병치료중인 김승연 회장까지 고소대상에 포함한 것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김승연 회장은 지난 9월11일 보복 폭력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직후 17일 일본으로 건너가 신병치료 중이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아직까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은 지난 4월부터 회사 경영에 신경 쓸 여력도 없고, 병세도 호전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익명의 한화 관계자는 "아픈 사람한테 너무한 것 아니냐"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화는 이신효 부사장 인터뷰에 대해서도 "이 부사장은 직접적으로 대림의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만약 한쪽이 지분을 내놓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김승연 회장은 집행유예로 근신을 해야 하는 처지라, 이번 송사로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이 됐다. 이러한 김 회장의 처지를 이준용 회장이 모를리 없기 때문에, 대림이 이 김승연 회장까지 고발인에 포함시킨 배경에 궁금증이 모아진다.
여천NCC는 대림과 한화가 철저하게 모든 것을 반으로 나눈 회사다. 사장과 부사장이 공동대표이사로 돼 있을 뿐만 아니라 임원, 주요 팀장까지 같은 비율로 구성하고 임기도 3년마다 번갈아 맡아 왔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인사권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자 여천NCC 내부에서 대림출신에게 인사권의 75%까지 주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었다"며 "대림도 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림산업 관계자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그는 "한화쪽이 대림측에 인사권의 75%를 주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한화측이 우리쪽 저의가 의심스럽다는데 대해선 더 이상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인사문제로 촉발된 '감정' 악화가 총수들의 송사(訟事)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 대림이 한화 김승연 회장까지 걸고 넘어진 것을 보면, 양측의 감정이 상할 대로 상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관측이다.
그래선지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양측의 화해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한화그룹은 이번 법적 소송이 무고한 것으로 판명날 경우 대림 측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준용 회장의 이번 행보에 대해서는 `비이성적인 돌출행동`이라는 표현도 아끼지 않았다. 대림산업은 '두고보자'는 반응이다.
두 재벌이 감정에 쌓인 앙금을 어떻게 털어낼지 궁금하다.
▶ 관련기사 ◀
☞여천NCC, 뿌리 깊은 갈등의 역사
☞(프리즘)재계, 삼성사태에 재벌싸움까지 `착잡`
☞한화 "대림의 김승연 회장 고소, 납득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