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상하이·대학 봉쇄 항의 지속 …제2의 톈안먼 사태 되나

주말동안 주요 도시서 소요 사태 반복
"황제 원하지 않는다" 정치 구호도
여론 의식했나…中관영지 '효율적 방역' 강조
코로나 확진자수 4만명 넘어…혼란 지속될듯
  • 등록 2022-11-28 오전 10:45:22

    수정 2022-11-28 오후 8:51:35

[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고강도 방역에 지친 중국 시민들의 ‘제로 코로나’ 정책 항의 시위가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여론을 의식한 듯 관영 언론을 통해 “방역 조치를 효율적으로 바꿔가고 있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그럼에도 중국 지도부에 대한 이례적인 공개 불만이 나올 만큼 중국인들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반응이다.

2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일 저녁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는 백지를 손에 든 수백 명이 26일에 이어 이틀 연속 모였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는 위구르인들이 집단 거주하는 지역으로, 당초 모임의 취지는 10명의 사망자가 나온 지난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시 아파트 화재 사고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였다. 이들을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하면서 집회는 반정부 구호가 나오는 철야 시위로 번져나갔고, 27일 새벽 해산됐던 시위대가 이날 오후 다시 모인 것이다. 해당 시위를 취재하던 영국 BBC 카메라 기자가 경찰에 연행돼 BBC는 “석방되기 전까지 몇 시간 구금됐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상하이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사진=AFP)
상하이뿐만 아니라 베이징·청두·우한·란저우·난징 등 주요 도시 곳곳에서 주말새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베이징에선 26일 아파트 단지 전체 봉쇄에 항의하는 소규모 시위가 벌어진 데 이어 27일에는 량마강을 따라 백지를 든 수백 명의 시위대가 행진했다. 주말 동안 중국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베이징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인 베이징 칭화대에서도 학생 수십 명이 모여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밖에도 서부 쓰촨성 청두에서 백지를 든 군중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언급하며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외치는 모습, 중부 도시 우한에서 수백 명의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핵산(PCR) 검사 텐트를 뒤엎는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톈안먼 사태 이후 가장 심각한 정치 위기 가능성”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중국 본토에서 시민 불복종의 물결은 전례가 없는 일” (로이터통신), “국가와 당 권위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 측면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이후 처음”(파이낸셜타임스), “공산당에 대한 중국 대중의 격렬한 분노 표출”(뉴욕타임스), “시 주석이 3연임에 성공한 이후 가장 큰 시험대”(가디언). 서방 언론들은 이번 시위에서 정치적 구호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항의 시위를 집중 보도했다. 황옌중 미국외교협회(CFR) 세계보건 선임연구원은 “많은 사람들이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정부 대응에 따라 현재 불안정한 상황이 톈안먼 운동 사태 가장 심각한 정치 위기로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사진=AFP)
달리 양 시카고대 중국정치 교수는 이번 시위가 베이징에서 벌어진 톈안먼 사태와 달리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당국의 검열에 대한 반발을 함께 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여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시위대가 특정 구호가 적힌 피켓 대신 백지를 든 이유도 중국 정부의 검열과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한 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민심을 달래고자 전염병 대응에 관련된 지역 공무원이나 민간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티브 창 런던대 중국 연구소장은 “이제와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할 수 없는 중국 지도부로서는 추가적인 시위를 막고자 새로운 형태의 탄압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中, 관영지 통해 연일 “효율적 방역” 강조

중국 관영 언론은 시위에 대해선 침묵하되 과도한 방역을 지양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8일자 1면의 절반을 할애해 ‘과학·정밀’ 방역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물류의 원활한 흐름을 보장하고 경기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최근 연일 사설을 통해 ‘제로 코로나’ 정책의 효율성을 다뤘다. 관영통신 신화사도 사설에서 “방역 정책의 목표는 모든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며 최대한 주민의 편의를 고려한 방역 정책을 이야기했다.

효율적인 방역 정책에 대한 내용(파란색 테두리 부분)으로 1면 절반을 할애한 28일자 인민일보.
베이징 방역 당국은 또한 전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과도한 격리 수용 및 차단 행위를 막고, 봉쇄시 소방도로나 단지 입구 차단 등을 금지하고, 임시 봉쇄시간은 원칙상 24시간 초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28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일(27일) 중국 본토 확진자 수가 무증상자 3만6304명을 포함해 4만52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를 지난 23일 넘어선 이후 닷새 연속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해외 유입 295명을 더하면 신규 확진자는 4만437명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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