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오 "보호요청에 무응답"…警 "알림문자 제때 확인 못했다"(종합)

"비상호출장치로 3번 호출했지만 경찰 출동 안해"
윤지오 직접 올린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 동의
호출시 112접수와 별개로 담당 경찰관에 알림문자 전송
경찰 “112접수 안됐지만 알림문자는 전송 돼"…"문자 확인못한 경찰관 업무 소홀 조사”
  • 등록 2019-03-31 오후 6:23:08

    수정 2019-03-31 오후 6:27:23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알려진 고인의 동료배우 윤지오씨가 12일 오후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대검찰청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으로 들어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힘든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배우 고(故) 장자연씨의 동료이자 ‘장자연 리스트’ 목격자로 알려진 배우 윤지오씨가 신변 위협으로 비상호출스마트워치(비상호출장치)로 경찰을 불렀지만,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112에 접수된 신고는 없었다”면서도 “112신고와 별개로 담당 경찰관에게 전송되는 알림문자를 제때 확인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경찰관의 업무 소홀을 조사하고 윤씨의 신변도 24시간 보호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집 벽에서 기계음 들리고 출입문 잠금장치도 고장…경찰 호출 안 돼”

지난 30일 윤씨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을 통해 “신변 보호를 위해 경찰 측에서 제공한 위치추적장치 겸 비상호출장치가 작동되지 않아 현재 신고 후 약 9시간 30분이 지났다”며 “아직도 아무런 연락조차 되지 않는 무책임한 경찰의 모습에 깊은 절망과 실망감을 뭐라 말하기조차 어렵다”고 주장했다.

윤씨가 쓴 ‘안녕하세요. 증인 윤지오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게시된 지 하루만인 31일 오전 20만 명 넘는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청와대는 30일간 20만 명 이상 동의를 받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의무적으로 답변을 해야 한다.

윤씨의 주장에 따르면 집 벽과 화장실 천장에서 기계음이 들렸으며 출입문 잠금장치가 갑자기 고장 나 잠기지 않는 등 의심스러운 상황이 벌어져 지난 30일 오전 5시 55분부터 총 세 차례 비상호출장치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윤씨는 반나절이 지나도록 경찰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윤씨는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가 현재 처한 이런 상황이 더 용납되지 않아 경찰 측의 상황 설명과 사과를 요구한다”며 “앞으로 5대 강력범죄와 보호가 필요한 모든 피해자, 목격자와 증언자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시설과 인력 정책을 개선할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신변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가에서 보호받을 수 없다고 인식해 사비로 사설 경호원과 24시간 함께 모든 일정을 소화한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지난 14일 부터 △비상호출 장치 제공 △112 긴급 신변보호 대상자 등록 △임시숙소 제공 △맞춤형 순찰 등 신변보호 등의 경찰 조치를 받고 있다.

경찰 “비상호출장치 1.5초 이상 눌러야 제대로 작동…오작동 원인 분석중”

경찰은 윤씨의 호출이 112상황실에 접수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청 피해자보호과 관계자는 “비상호출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원인을 개발업체 등과 함께 분석 중”이라며 “윤씨가 5초에 3번가량 급하게 호출하면서 버튼이 제대로 눌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비상호출장치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버튼을 1.5초가량 길게 눌러야 한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비상호출장치는 범죄 피해자 등의 신변 보호를 위해 경찰이 지급하는 장치인데 호출 버튼을 누르면 112상황실에 ‘코드0’(코드 제로)로 접수된다. 코드0 신고를 접수하면 신고자의 신상에 위해가 가하는 수준이 매우 위협적이기 때문에 경찰이 최우선으로 출동해야 한다. 경찰은 사건의 긴급함과 중대함에 따라 코드 0부터 코드4까지 신고 유형을 구분한다. 만약 비상호출 장치가 울리면 경찰은 5분 이내로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그러나 112신고와 별개로 해당 비상호출장치 관리자로 등록된 담당 경찰관에게 전송되는 알림문자를 담당 경찰관이 제때 확인하지 못한 정황도 포착됐다.

호출 버튼을 누르면 112상황실에 접수되는 신고와 별개로 윤씨의 신변 보호를 담당하는 경찰관에게도 알림문자가 전송된다. 그러나 윤씨가 버튼을 눌렀을 당시 해당 경찰관에게 1번의 알림문자가 전송됐음에도 이를 경찰관이 제때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담당 경찰관에게 알림 문자가 전송됐는데도 담당 경찰관은 제때 확인하지 못해 연락하지 못했다고 했다”며 “이러한 업무소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윤지오씨는 국민청원 게시판에 비상호출 스마트워치 버튼을 눌렀으나,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국민청원글을 올렸다. 31일 오후 5시 기준 국민청원 동의자는 24만명이 넘었다. (사진=국민청원게시판 갈무리)


경찰, 윤씨 거처 옮기고 24시간 신변 보호… 기계음 등 조사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거처를 옮긴 뒤 24시간 신변 보호 조치를 받게된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가 현재 숙소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고 있어 새로운 숙소로 옮기도록 조치했다”며 “윤씨와 상의해 여경으로 구성된 신변보호팀을 구성해 24시간 신변을 보호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논란이 된 윤씨의 비상호출장치도 교체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청원이 올라간 뒤 윤씨를 만나 비상호출장치 장비를 새 것으로 바꿨다”며 “윤씨 앞에서 새 비사호출장치를 작동해봤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은 윤씨가 신고했던 △기계음 △떨어진 환풍기 △출입문의 액체 등은 과학수사를 통한 현장 감식을 실시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에 대한 신변보호를 보다 강화하고 긴밀한 연락체계를 구축해 중요 사건의 증인으로서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의 미진한 대응에 비판 여론이 일자 정치권에서도 윤씨의 신변보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의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장자연 사건의 목격자인 윤씨가 비상호출장치로 보호 요청을 했음에도 제대로 응답하지 않은데 대해 경찰이 이해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한다”며 “윤씨가 안정을 되찾아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정부가 마땅한 지원대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윤씨는 장자연이 성추행을 당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고 장자연리스트를 직접 봤다고 주장하며 사건을 재수사를 촉구한 인물이다. 이후 대검찰청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2차례 증인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장자연은 2009년 3월 기업인과 유력 언론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이 재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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