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주총 "금융환경 급변..새 수익원 찾아라"

퇴직연금·파생상품·신용카드 CMA `적극 육성`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 강조.."저배당 송구"
  • 등록 2009-05-29 오후 2:32:07

    수정 2009-05-29 오후 2:32:07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올해 증권사들 주주총회에서 최대 화두는 신규 수익원 발굴이었다.

금융위기가 진정되기는 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올해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증권사들의 위기의식도 높았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이를 기회로 활용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증권사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 자통법 시행 `기회`..신규 수익원 발굴에 전력

상장 증권사 24개 가운데 20개가 주총을 연 29일 대부분의 증권사 수장들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금융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증권사가 할 수 있는 업무영역이 확대된 만큼 새로운 수익원과 기회를 적극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우선 퇴직연금 등 연금사업에 대해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백도관 동양종금증권(003470) 경영기획본부장은 "올해는 퇴직연금을 비롯해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수익원을 넓히고 장기 성장을 쌓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역시 "올 한해는 퇴직연금을 포함한 연금사업을 전사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신규 사업으로 파생상품 부문도 눈여겨보는 모습이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봉수 키움닷컴증권 사장은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장내파생업, 장외파생업, 집합투자업 등에 대해 철저한 검토를 거쳐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파생상품에 김기법 메리츠증권 사장 역시 "올해 선물업에 진출하면서 기존의 파생상품운용 역량을 활용해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수익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지급결제, 신용카드 CMA, 선물업, FX마진 거래, 집합투자업, 헤지펀드 등 신규영역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들을 신속하게 개발해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 뼈져리게 느낀 리스크 관리 중요성

대부분 증권사 대표들은 금융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몇차례 더 출렁일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주원 KTB증권 대표는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금융시장 불안도 지속되는 등 또 한번의 격동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이미 작년 금융위기로 인한 한파를 혹독하게 겪은 만큼 앞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증권사들이 많았다.

원종석 신영증권 대표는 "최근 중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리스크 관리 시스템과 제도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기범 메리츠증권 사장은 "체계화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통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단기수익은 물론 지속가능한 수익창출 구조가 정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홀쭉해진 배당 `미안`..영결식날 `자중` 목소리도

일부 증권사 대표들은 작년보다 대폭 줄어든 배당금을 놓고 주주들에게 미안해 하기도 했다.

배당금을 작년 주당 15원에서 올해 5원으로 줄인 SK증권의 이현승 사장은 "배당규모면에서 주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CEO로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주주들도 금융위기를 겪은 만큼 이를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SK증권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배당금이 줄긴 했지만 지난 10년간 배당을 못하다가 최근 4년 연속 배당이 나오게 된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주주는 "배당을 줄인 것은 섭섭하지만 손익계산서를 보니 이해도 간다"며 "주주로서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고 경영진을 북돋아줬다. 우리투자증권은 배당금을 보통주 기준 작년 1100원에서 550원으로 줄였다.

한편 증권사 `주총 데이`였던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열린 만큼 주총장이 싸움장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자중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리투자증권 주총에서 주주들이 발언권을 얻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자 한 주주는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있는 날이니 조용히 주총을 전개하자"고 말했다. 주총이 길어지자 "영결식에 가야 하니 가급적 빨리 끝내자"는 주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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