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지난 9월 전국의 월평균 기온과 폭염·열대야 일수가 역대 1위를 경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활발한 해양 대류가 여름철 더위를 일으키는 고기압을 강화시키면서 ‘가을 폭염’을 유발한 것이다.
| 2024년 9월 상순~중순 고온 관련 기압계 모식도(사진=기상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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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평균 기온은 24.7도로, 전국에 기상관측망을 확충한 1973년 이후 52년 만에 가장 높았다. 9월 평년 평균 기온은 20.5도로 올해 평균기온보다 4.2도 낮았다. 역대 2위는 지난해(22.6도)였고, 3위는 1975년(22.2도)였다.
올가을 늦더위는 여름철 무더위를 유발하는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9월 중순까지 이중으로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발생했다. 아래 공기층에서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남쪽에서 따뜻한 수증기가 계속 들어오면서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꾸준히 발생했다.
그 결과 전국의 주요 기상관측지점 66곳 중 46곳에서 9월 하루 최고기온 극값 1위를 경신했다.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평년(0.2일)보다 30배 긴 6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서울과 서산 등 7개 지역에서는 1973년 이후 첫 9월 폭염이 발생했다.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와 9월까지 연간 열대야 일수도 각각 4.3일과 24.5일로 최근 52년 중 가장 길었다.
기상청은 9월 무더위가 해양의 대류현상이 활발해지면서 고기압성 흐름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9월 중순까지 필리핀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해당 지역의 대류활동이 증가했고, 덥고 습한 공기가 국내로 유입됐다. 같은 기간에 북인도양의 대류활동도 증가하면서 따뜻한 성질의 티베트고기압이 발달하고, 우리나라 상층에서는 고기압성 흐름이 발달해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맑은 날씨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한반도 주변 해역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2015년 이후 10년간 평균 온도(24.2도)보다 3.2도 높았다.
지난달은 강수량도 유달리 많았다. 9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241㎜로, 평년(155.1㎜)보다 85.9㎜ 더 많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달 20일과 21일 사이에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 틈으로 정체전선이 발생한 가운데 수증기를 가득 머금은 열대저압부가 국내로 수증기를 유입시키면서 남해안 일부 지역에 300㎜ 이상 비가 내렸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해서는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 태풍과 열대저압부 발생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면서도 “정확한 원인은 해류 분석 등 추가 분석을 거쳐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이례적으로 여름철 더위가 9월 중순까지 이어졌고, 길었던 더위가 물러나자마자 기록적인 호우 때문에 곳곳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며 “기상청에서는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기상 재해의 양상을 면밀하게 감시해 국가적 대응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9월 일별 평균 해수면온도(사진=기상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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