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실적부진에 브렉시트까지…BBB도 '위태'

한기평, 등급전망 '부정적' 변경…하향 가능성 시사
LCC·외항사 도전에 경쟁격화…실적부진·재무악화 지속
브렉시트로 외화부채평가손 확대 가능성도
  • 등록 2016-07-03 오후 3:00:00

    수정 2016-07-03 오후 3:00:00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이 또다시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놓였다. 저비용항공사(LCC)와 외항사의 거센 도전 속에 시장 지배력이 약화하면서 실적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여파로 사업환경의 불확실성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아시아나항공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등급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해 8월 높은 실적 변동성과 투자 부담 지속을 이유로 ‘BBB+’에서 ‘BBB’로 강등한 뒤 약 10개월 만의 등급 액션이다.

한기평은 여객수요 증가와 저유가 등에 힘입어 작년보다 실적이 회복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시장지배력과 수익창출력이 약화했고 투자가 계속되면서 현금창출력 대비 재무부담이 과중하다는 점을 등급 조정 사유로 들었다. 경쟁 심화 추세와 글로벌 경기 변동성 확대 등을 고려할 때 현재 등급에 걸맞은 재무레버리지 개선이 중단기적으로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대 국적항공사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은 수년째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1분기에는 저유가 수혜에도 별도 기준으로 3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중단거리 노선에서 LCC, 외항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중단거리 노선 매출은 전체 노선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거듭된 실적 악화로 재무안정성도 크게 떨어졌다. 3월 말 현재 총차입금은 4조6000억원으로 2011년 말보다 1조9000억원 불어났고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도 각각 981%, 65.2%에 이른다.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1조8000억원을 웃돌지만 보유 현금성자산은 2400억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갈수록 치열해지는 항공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불가피하게 계속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에어버스 57대 등 약 140억달러 규모의 항공기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있고 당장 하반기에 A380 2기를 금융리스로 도입하면서 차입 규모 확대가 예상된다. 회사 측이 유동성 확보를 게을리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분기에 항공기 엔진을 매각 후 재리스하는 방식으로 유동화했고 지난달에는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과 금호터미널 지분을 팔아 4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현금창출력 대비 재무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게 크레딧시장의 판단이다.

최근 글로벌 정치·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킨 브렉시트도 아시아나항공에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항공기 발주 시 필요한 금융거래로 인해 외화부채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브렉시트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며 외화부채 평가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장기적으로는 브렉시트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안으로 화물 부문의 매출 회복세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NICE신용평가는 “외화차입비중이 높고 대외변수에 대한 수요민감도가 높은 항공사에 대해 외환차손익 발생 가능성 등을 반영한 점검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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