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4개 안전판에 대한 무지가 즉흥적 정책결정 배경”

개성공단은 심리적·군사적·경제적·통일로 가는 안전판
공단 폐쇄는 국익과 한반도 평화에 어떤 도움도 안돼
소통·절차도 없이 대결로 가는 것은 대통령 본인 부정
  • 등록 2016-02-12 오전 10:44:08

    수정 2016-02-12 오전 10:44:08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12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내리고 북한이 이에 맞서 자산 동결과 개성공업지구 폐쇄를 선언한데 대해, “10년 넘게 매일 아침 광화문 현대 사옥에서 DMZ를 넘어서 개성으로 출근하던 버스 2대가 멈췄다.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의 희망의 문이 닫힌 것이고요. 크게는 매일매일 이루어지는 작은 통일의 엔진이 멈춘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교통방송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나와 “개성공단이 갖는 심리적 안전판으로서의 기능, 군사적 안전판으로서의 역할, 경제적 안전판으로서의 역할, 또 돈 안 드는 통일로 가는 안전판, 이런 안전판 4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 실상에 대한 무지 또는 오해가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즉흥적 감정적인 정책결정의 배경이 아니었다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장관은 “(개성공단 폐쇄가) 굉장히 충격적인 상황이고, 국민들도 걱정이 매우 크실 거 같다.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하나는 어떤 정책이든 정책의 목표와 최우선 초점은 국익이잖아요. 도대체 무슨 국익이 있는가 점에서 안타깝고요. 두 번째는 외교 안보 정책의 방향, 초점은 항상 평화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한반도에 어떤 평화를 증진시키는가, 반평화정책 아닌가, 대결정책 아닌가 하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이 완공되기까지 우여곡절과 안보상 이익에 대해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사실 개성공단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6.15 정상회담, 합의사항이죠. 그런데 대외상황 때문에 북한 핵문제, 이라크 전쟁, 이런 것 때문에 미국이 속도 조절을 강하게 주문하는 상황이었다. 2004년에 제가 통일부 장관으로 갔을 때. 미국을 설득한 논거가, 제가 8월에 미국에 가서 네오콘의 수장인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펜타곤에서 만났다. 그때 이 개성공단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 줄 아느냐고 지도를 들이 밀었다”고 그때 일을 소개했다.

정 전 장관은 “6.25전쟁 때 남침로이자 유엔군이 북상했던 전략적 요충 거점이다. 그런데 여기에 북한군 6사단, 북한군 64사단, 북한군 2군단 포병여단, 그리고 탱크부대, 6만명의 병력의 중화력이 밀집한 지역인데 이 지역을 남쪽의 공단으로 내주겠다는데 이걸 왜 속도조절 하라고 하는 것이냐, 한반도에서 미군과 한국군의 한미동맹의 가장 취약점은 종신이 짧다는 것, 휴전선에서 서울은 60km, 휴전선에서 평양은 160km, 그래서 항상 조기 경보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많은 돈과 물자와 장비와 사람, 병사를 쓰는데 이 중화력이 밀집한 지역을 가로세로 8km, 2천만평을 남쪽에게 내준다는데 왜 속도 조절을 하라는 말이냐”고 설득했더니 “미국이 어쨌든 정책방향을 바꿨다”며 미국과의 협의과정을 털어놨다.

정 전 장관은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대한 법적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이것은 법치가 아니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결정을 한 법적 근거가 무엇이냐, 헌법상에 있는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행사한 것인지, 또 아니면 남북교류협력법상의 통일부 장관이 행사하는 협력사업정지명령인지, 둘 다 아니다. 중요한 외교 안보 남북관계에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법적인 절차가 작동하지 않고 전격적으로 개성공단을 중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개성공단을 통해 유입되는 현금이 핵과 미사일 발사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에 1억 달러의 임금을 막는다고 해서, 또 1억 달러의 임금의 70%는 생활물품으로 사서 노동자들에게 지급한다. 그 중에 30%가 북한 당국의 수입으로 들어가는 것인데요. 1000억원 중에서 300억원 수입이 되는 거죠. 300억원 수입을 막는다고 해서 과연 북한 핵 개발을 막는다고 하는 발상 자체가 성립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북한 핵문제와 미사일 개발 해결방안으로 포괄적 해법을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누가 해결의 주체여야 하느냐. 한국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그리고 국제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최근에 사드 배치 논란 등으로 해서 중국과의 갈등이 커져 있는 입장인데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 결정적이다. 결국 6자회담 틀을 복원하는 것이 국익이고, 평화로 전진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성찰과 역할을 주문했다. 정 전 장관은 “외교안보정책은 대통령의 생각, 대통령의 철학, 역사관, 비전 이런 것이 결정적 핵심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지금 자기 생각을 위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자서전을 본 적이 있다. 거기에 보면 김정일 위원장을 2002년에 만나고 오면서 이렇게 쓰고 있다. 아무리 적대적인 상대방이라도 만나서 대화하면 풀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어떠한 소통이나 절차도 없이 이런 식으로 대결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본인이 자서전에 써놓고 있는 내용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북핵은 한국의 전통적인 밥상으로 풀어야 한다. 이렇게 쓰고 있다. 한국 밥상은 밥, 국, 김치, 찌개 전부 다 상에 올려놓고 그걸 한꺼번에 해결한다. 북한 핵문제는 북이 왜 핵개발에 매달리는지에 대해서 의도들을 다 책상 위에 꺼내놓고, 우리가 요구하는 것들을 밥상 위에 올려놓고 이렇게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 다른 말로 말하면 포괄적 해법이다. 이것을 밥상론이라는 이름으로 풀어놓고 있는데요. 과연 지난 3년 동안 박근혜 정부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이 밥상론을 한 번이라도 시도해본 적이 있었던가”라고 아쉬음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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