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산업은행이 최근 4억 49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도입한 분식회계 적출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시스템으로는
대우조선해양(042660)의 재무 이상치 등급이 위험한 것으로 나왔지만 새로운 시스템에선 기업 신용등급 하향 등 별다른 조치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량한 것처럼 나온 것이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과거 분식회계 적출 시스템으로는 대우조선의 재무 이상치 등급이 2013년 최고 위험등급인 5등급으로 나왔지만 새 시스템으로는 3등급으로 상향 조정됐다. 산업은행은 50억원 이상 대출해 준 기업 중 재무 이상치 4~5등급에 대해 대출 감시나 신용등급 하향 조정 등의 조치를 하지만 대우조선은 조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새 시스템은 산업은행이 올해 4월 4억 49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전면 재구축했다.
산업은행은 또 새 분식회계 적출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 10년 동안 대우조선을 공공기관처럼 분류해 재무 이상치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산업은행 내규인 ‘사후관리 지침’에 정부와 산은이 각각 또는 합계해 과반수 출자한 사업체는 사후관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행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정부가 과반수 지분을 가진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공공기관은 분식회계를 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로 만들어진 산은 내규 탓에 대우조선을 공공기관 취급을 했다는 게 민 의원 측 주장이다.
2013년 2월에는 산은과 정부의 대우조선 지분율이 50% 밑으로 떨어졌음에도 산은의 전산시스템 입력 실수로 재무 이상치 점검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도 있었다.
결국 금융감독원이 재무 이상치 등급이 높은 기업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민 의원은 “회계법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구조에선 아무리 은행의 재무 이상치 분석 시스템을 정교화하더라도 은행 스스로 분식회계를 방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감독기관이 은행의 재무 이상치 분석 자료를 취합해 의심스러운 기업에 대한 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