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일성신약의 2세 경영인 윤석근(59) 대표이사는 “최종 결정은 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합병에 대한 강한 불만을 털어놨다. 윤 대표는 “합리적으로 따졌을 때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니냐”면서 “(삼성이) 합리적으로 선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연 매출 600억원대 규모의 제약사가 삼성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모양새다. ‘삼성공화국’이라고 지칭하기도 하는 한국사회에서 중소업체가 당당하게 삼성에 반기를 드는 낯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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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는 평소 어떤 상황에도 타협하지 않고 소신을 굽히지 않는 인생관을 실천하는 기업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사실 지난 1954년 설립된 일성신약은 제약업계에서의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3년 전 강한 인상을 남긴 적이 있다. 2012년 2월 윤 대표는 국내제약사들을 대표하는 한국제약협회의 새로운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제약업계에서 규모가 크지 않아 비주류층으로 분류되는 일성신약에서 이사장을 배출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됐다.
윤 대표의 선출 이후 제약업계는 분열됐다. 윤 대표의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 매출 상위제약사 대표들로 구성된 이사장단이 “새 이사장 선출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반발하면서 상위제약사와 중소제약사간 갈등이 불거졌다.
급기야 상위제약사 8개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제약산업미래혁신포럼’을 구성하면서 제약협회는 둘로 쪼개질 조짐마저 보였다. 결국 윤 대표는 사퇴를 결정하면서 기득권층에 대한 저항은 2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제약업계에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던 윤 대표의 소신이 3년 만에 재계에서 주목을 받는 셈이 됐다. 삼성이라는 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감이 아니냐는 질문에 윤 대표는 “주주로서 당연한 판단”이라고 했다. 삼성에 반기를 들면서 불이익이라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그는 “삼성이 그렇게 불합리한 회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