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같은 삼성', '삼성같은 현대차'; "우리는 닮은 꼴"

삼성·현대차 그룹, 기업 문화가 서로 닮아간다
업종 관계없이 디자인·창조 경영으로 기업문화 수렴화
  • 등록 2012-10-04 오후 1:00:22

    수정 2012-10-04 오후 1:00:22

[이데일리 류성 선임기자 이진철 기자] 지난 6월 삼성 그룹에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김순택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을 전격 퇴진시키고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후임자로 지명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한 것. 그동안 연말에 주요 보직 인사를 하던 삼성 그룹의 전통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삼성그룹의 만인지상 일인지하(萬人之上 一人之下)인 그룹 미래전략실장을 연말이 아닌 6월에 갑작스레 교체해 재계의 화제가 됐었다.

삼성 그룹의 인사 관행이 근본부터 바뀌고 있다. 연말 정기 인사에서 수시 인사 체제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룹 안팎에선 “전자업의 특성상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다간 2류로 몰락한다”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위기감이 수시 문책성 인사로 바뀐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의 비정기적 인사 문화는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됐다. 작년 6월 삼성테크윈 대표와 임원들을 대거 퇴진시켰다. 한달 후에는 삼성전자 LCD 사업부장(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오너의 결단으로 예고 없이 수시로 이뤄지는 인사 문화’는 현대차그룹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의 인사스타일을 두고 ’럭비공처럼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정 회장은 잦은 인사를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 넣어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삼성그룹이 이런 현대차그룹의 충격요법을 쓰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만하다.

그래서 요즘 재계에서는 ‘현대차같은 삼성, 삼성같은 현대차’라는 말이 회자된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서로를 닮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재계 1,2위를 다투는 두 그룹이 서로를 알게 모르게 벤치마킹하고 있다. 특히 그룹 총수간 경영 스타일이 비슷해지면서 기업 문화가 전반적으로 수렴되는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 그룹 총수가 아침에 출근하는 문화도 엇비슷해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까지도 사무실에 거의 나오지 않았다. 대신 삼성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 머물며 업무를 처리했다. 이런 이 회장의 출근 스타일이 올 봄부터 확 바뀌었다. 매주 2~3차례 아침 6시30분이면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에 도착한다. ‘재택 근무’에서 ‘조기 출근’ 스타일로 180도 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과 계열사 사장들도 덩달아 이 회장보다 30분 가량 먼저 출근한다.

2000년 현대기아차그룹 출범 후 매일 아침 6시30분에 출근하는 정 회장의 스타일을 이 회장이 닮고 있는 셈이다. 그룹 관계자는 “언제 회장이 찾을 지 모르기 때문에 임원들은 회장보다 항상 먼저 출근한다”고 귀띔했다. 두 그룹은 오너부터 주요 임원들까지 출근시간이 아침 6시 전후로 비슷해졌다.

계열사 사장들이 대외 활동을 극도로 자제하는 문화도 서로를 닮아 간다. 현대차에서는 신차발표회 등 공식적 행사 외에 계열사 사장들이 언론에 노출되거나 대외 활동을 하는 것이 금기시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본업에 충실하다보면 언론에 등장하고 대외 활동을 활발히 할 시간이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그룹도 최근 들어 계열사 사장 및 주요 임원들이 대외 활동 및 언론 노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특히 ‘스타 경영인’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 보니 계열사 사장들이 언론 인터뷰 등에 응하는 일은 자취를 감췄다. 삼성관계자는 “과거 일부 스타 경영인이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했지만 결국 그룹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이때부터 경영인은 경영에만 전념한다는 문화가 자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업문화전문가들은 앞으로 이(異)업종간 기업 문화의 수렴 현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진단한다. 산업화시대에서 창조경영시대로 넘어가면서 나타나는 대표적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설명이다. 최재윤 크로스 경영연구소 대표는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업종별 특성 때문에 기업 문화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지금은 업종 구분없이 디자인·창조 경영 등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면서 기업 문화가 빠르게 서로 유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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