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미국의 양대 국책 모기지 기관 구제조치에 따른 훈훈한 기운은 하루 이상 버티지 못했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홍콩 등 전날 급등을 만끽했던 아시아 증시 대부분 2~3% 되밀렸다.
밤사이 뉴욕 증시가 2% 넘게 올랐지만 아시아 시장은 상승률이 기대에 못미친 것이 아니냐는 실망감으로 화답했다.
내부적으로는 만기일을 이틀 앞두고 프로그램 매물이 대거 출회되며 부담을 가중했다. 뉴욕증시 급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마저 2000억원 넘는 매물 공세를 가해 수급 상황을 악화시켰다.
요동치는 외환 시장도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9.9원 급등한 1101.3원을 기록하며 여전히 변동성 큰 모습을 나타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이날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물을 그럭저럭 받아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추가 반등 모멘텀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는 데에 무게를 두고 싶다"고 판단했다.
그는 "최근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였던 것은 내부요인 때문이었다"며 "따라서 미국의 잠재적인 악재 요인이 해소되면서 급등세를 탔지만 반등을 지속하기는 버거운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3864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차익거래에서 3364억원, 비차익거래에서 499억원 매물이 나왔다.
만기일이 다가온 데다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3675계약을 순매도하며 베이시스 하락을 유발했다. 이로 인해 차익거래 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다만 차익거래잔고가 감소하면서 만기부담이 줄어든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외국인은 2167억원 순매도했다. 기관도 802억원 순수하게 팔았다. 기금은 7일연속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투신권이 2279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2351억원을 순수하게 샀다.
철강과 조선, 해운 등 중국관련주가 낙폭이 컸다. 전날 특별한 재료가 아닌 낙폭과대로 인해 각광을 받은 탓에 조정의 골이 깊었다는 평가다. 불안한 중국증시도 주가 하락에 한 몫했다.
전기전자업종은 1.88% 하락했다. 밤사이 뉴욕시장에서 세계 최대 낸드 플래시 메모리업체인 샌디스크의 실적 부진 전망 여파로 기술주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이 악재가 됐다. IT주 비중이 큰 대만증시가 3.51% 급락했고, 뉴욕시장의 시간외 거래에서도 기술주는 약세를 나타냈다.
하이닉스(000660)가 6% 넘게 밀렸고, 삼성전기(009150)와 LG전자는 3% 내외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005930)는 1.29%, LG디스플레이는 1.28% 하락했다.
전날 크게 올랐던 은행과 증권주는 약세로 돌아섰지만 낙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국민은행(060000)이 2.46% 밀렸고, 대우증권(006800)은 2.66% 내렸다. 반면 유진투자증권은 M&A이슈로 5.70% 급등했다.
거래량은 4억3819만주를 기록했고, 거래대금은 4조6887억원으로 집계됐다. 상한가 8개 포함 264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3개 포함해 544개 종목이 내렸다. 보합은 78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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