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과거 전성기를 누렸던 주요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새로운 작품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게임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흥행 실패로 사라졌던 게임을 다시 꺼내 들고 있는 모습이다.
기존 게임 ‘재가공’ 나선 韓 게임사들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엔씨소프트, 위메이드플레이(구 선데이토즈), 그라비티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기존 게임의 세계관이나 캐릭터, 개발 자원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한 신작들을 개발·서비스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넥슨은 약 3년 후 매출 7조원을 달성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로 기존 게임 IP의 확장을 꼽았다. ‘던전앤파이터’가 대표적이다. 넥슨은 내년 상반기 중 던파 세계관을 확장한 PC·콘솔 게임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 ‘오버킬’과 ‘프로젝트 DW’ 등 던파를 모태로 한 게임을 연달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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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되살리기에 나섰다. 지난 9일 엔씨는 리니지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 ‘저니 오브 모나크’를 공개했다. 구체적인 장르나 콘텐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해석상 ‘군주의 여정’이라는 점에서 과거 리니지 게임 내에서 혈맹을 만들고 관리하는 역할이었던 ‘군주’ 클래스의 특성을 부각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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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을 모바일 게임에 빠지게 했던 ‘애니팡’과 2000년대를 풍미했던 PC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도 새 게임으로 탄생했다. 최근 위메이드플레이는 애니팡 IP를 활용한 ‘애니팡 머지’를 선보였다. 기존 퍼즐 게임을 넘어 재료 아이템을 합쳐 상위 아이템을 제작해 미션을 푸는 머지(결합) 장르 모바일 게임을 내놓은 것이다. 이 게임에는 애니팡 캐릭터들을 통칭하는 ‘애니팡 프렌즈’들도 대거 등장한다.
그라비티 또한 원작인 PC MMORPG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특성인 2D 도트 그래픽을 모바일로 옮긴 ‘더 라그나로크’를 출시했다. 거래소와 공성전 등 원작의 핵심 요소들을 모바일 환경에 맞게 바꾼 점이 특징이다. 기존 IP를 활용함과 동시에 플랫폼 다변화까지 꾀한 것이다.
이처럼 국내 게임사들이 기존 IP를 활용한 신작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IP를 발굴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과거 인기를 끌었던 게임의 세계관이나 캐릭터를 재활용하면 원작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미 요소를 강화하고 플랫폼을 다양화함으로써 신규 이용자들도 유입시킬 수 있다. 또한, 과거에 흥행에 실패한 게임이라도 개발 자원을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흥행한 게임 IP를 확장하거나 재해석하는 것이 현재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라며, “글로벌 게임 시장 공략이 중요해진 가운데,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IP를 유지해온 ‘디아블로’나 ‘어쌔신 크리드’처럼 국내 게임사들도 IP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