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①"노·사 두 바퀴, 함께 굴러야"

車업계, 고유가와 공급 과잉 등으로 생존경쟁 치열
글로벌 경쟁력 강화위해 노사관계 대전환은 ''선택 아닌 필수''
파업의 덫 빠지면 끝장
  • 등록 2008-05-28 오후 2:39:06

    수정 2008-05-28 오후 2:39:06

[이데일리 김종수기자] 미국 제네럴모터스(GM)가 또다시 '파업'이라는 덫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 2월부터 석달간 지속된 북미공장 및 부품업체의 파업으로 인해 자그마치 28억 달러, 36만대의 손실은 입은 것이다. 지난해 간신히 ‘1위 자리'를 지켜 낸 GM이지만 올해에는 일본의 도요타에게 그 자리를 넘겨줘야 할 판이다. 말 그대로 'GM의 굴욕'이다. 이는 GM이 지난 1931년부터 77년째 이어온 세계 판매 1위 자리를 도요타에 내주는 일대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GM의 추락과 도요타의 부상은 노사 상생의 흐름을 탈 때와 그렇지 못할 때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특히 회사의 미래를 고려치 않는 선택은 결국 노사 공멸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 동안 매년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는 노사협상, 파업을 해 온 한국의 자동차 노사도 이제 값비싼 교훈을 구체적인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편집자주>


'349일, 107만3693대, 10조9205억원'

현대자동차(005380) 노조가 지난 87년 설립된 이래 작년까지 임단협 과정 등에서 실시한 파업일수와 이로 인한 생산차질대수 및 손실액이다. 지난 21년간 94년과 2007년, 단 두 해를 제외하곤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36일까지 파업이 이어졌다.

‘협상 – 결렬 – 파업- 타결’의 고질적인 악순환의 고리가 지속되어 온 것이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출정식


올들어 임금 협상을 앞두고 또다시 현대차(005380) 노사의 기류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를 이끌어 가야 할 정부도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지식경제부 한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산업은 수요둔화와 고유가, 환경규제 등으로 업체간 생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사관계의 불안은 곧 산업경쟁력의 불안으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우리 자동차 산업도 이제는 소모적인 노사간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 車업계, 고유가 직격탄에 '전전긍긍'

지금 경제 돌아가는 상황이 간단치 않다. 원유, 철강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곳곳에서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자동차업계의 경우 유가상승이 원가, 생산 등 공급측면은 물론 차량 판매에도 영향을 주는 이중적 구조를 갖고 있어 돌파구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차량 유지비 상승 및 자동차 이용감소는 결국 자동차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공급측면에서도 제조원가 인상이 차량가격 상승 압박으로 작용해 다시 구매에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 중 하나인 미국은 주택시장 붕괴, 신용경색, 고유가 등으로 경기침체가 현실화 되면서 자동차 판매 감소와 함께 현지업체들의 생산량 감축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대학원장은 "현대·기아차(000270) 등 국내 자동차업계는 그나마 환율 효과로 인해 수출 등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이 또한 언제 바뀔지 모르는 변수"라면서 "특히 이같은 환율 효과를 제외한다면 자동차업계는 그 어느때보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갈 길 바쁜 현대車, 산별 교섭에 '덜커덩'(?) 

10년 넘게 자동차업계의 노사관계를 연구하다가 최근 공공부문 노조로 아예 연구대상을 바꿨다는 한 연구원은 "현대 기아차 노사관계가 별로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는 임단협을 무분규로 이뤄내며 향후 노사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들어 임금 협상을 앞두고 이같은 분위기가 급랭하고 있다.

금속노조, 더 나아가 노동계가 간판 제조업체인 현대·기아차 등과 산별 교섭을 성사시켜 국내 노사관계의 틀을 바꿔 놓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는 올해 협상 의제로 정치적 이슈를 내놨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비롯,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책임인정, 손배와 가압류 금지, 연평균 노동시간 단축 등이 그 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제조업체 중 가장 세계화 된 상품으로 꼽히는 자동차업계가 이같은 이슈들에 발목이 잡힌다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노·사 두 바퀴가 함께 굴러야 산다"

세계 자동차 업계를 보면,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만성적 공급 과잉 등으로 복잡성과 변동성 및 불확실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자동차업체들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 세계화를 통한 성장전략을 강화하고 시장 변동에 대한 신속한 대응 능력과 유연성을 제고하며, 획기적인 원가 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한번의 도약을 꿈꾸는 현대차로서도 바로 지금이 무한경쟁과 격변하는 경제상황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내실을 다져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비록 지난해 10년 만에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하긴 했지만, 아직도 현대차 노사의 갈 길은 멀기만 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대차는 도요타에 비해 조립생산성이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생산성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생산량 조정시 노사간 사전협의가 의무조항이기 때문이다.

공장별 차종을 이관할 때도 90일전에 통보해 심의 의결해야 한다. 그런데 이조차 각 공장별 노노갈등으로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현지공장과 관련해서도 ▲국내 생산물량 2003년 수준 유지 및 국내 생산공장 축소, 폐지 금지 ▲해외공장 신설, 해외공장 차종 투입계획 확정시 조합에 설명 등 생산 유연성을 침해하는 조항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김기찬 경영대학원장은 "자동차업계의 노사관계는 앞으로 노·사 상호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이를 위해 근로자는 단기적인 이익에 안주하기 보다는 중장기적인 이익을 볼 수 있어야 하며, 기업시민인 회사측은 이에따른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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