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사망' 추돌사고…알고보니 견인차에 1명 깔려 숨져

견인차 기사,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훔쳐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
  • 등록 2024-07-16 오전 10:11:01

    수정 2024-07-16 오전 10:11:01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지난 4월 경기 광주의 한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추돌사고로 2명이 숨진 가운데 사망자 중 1명은 사고 후 도로에 나와 있다가 견인차에 깔려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사실을 은폐한 견인차 기사는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 4월 28일 새벽 2시 50분께 경기 광주시 제2중부고속도로 하남 방면 상번천 졸음 쉼터 부근에서 추돌 사고가 발생한 모습.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경기 광주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30대 견인차 기사 A씨를 지난 5월 말 구속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 28일 오전 광주시 제2중부고속도로 하남 방면 상번천 졸음 쉼터 부근에서 30대 B씨를 견인차로 밟고 지나가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같은 날 새벽 2시 50분께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2차로에서 앞서가던 20대 C씨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상황이었다.

이후 B씨는 차에서 내려 고통을 호소하며 돌아다니다가 자신의 차량 옆에 주저앉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습은 현장에 최초로 출동한 도로공사 및 소방 관계자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고 소식을 들은 A씨가 견인 차량을 몰고 현장에 왔다간 뒤 B씨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심정지에 이르렀다. B씨는 심정지 상태였던 C씨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두 사람 모두 숨졌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현장에 있던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A씨 차량이 도로 위에 앉아 있는 B씨를 역과하는 것을 확인했다. A씨가 견인을 위해 중앙분리대와 B씨 차량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던 중 옆에 있던 B씨를 친 것이었다.

당시 A씨는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차에서 내려 B씨 차량 블랙박스를 챙기고 현장을 벗어났다. 현장 관계자에게는 “차량 휠 부분이 고장 나서 견인이 어렵다”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사고 현장에는 5대의 견인 차량이 경쟁을 벌이고 있었으며 A씨는 고속도로를 역주행한 뒤 다른 견인차가 C씨 차량을 견인하는 사이 B씨 차량을 견인하려 했다.

경찰은 5대의 견인차를 탐문해 A씨의 신원을 특정하고 지난 5월 초 그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A씨 노트북 내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이 실행됐다가 삭제된 기록이 포착됐으며 경찰은 A씨를 추궁해 그가 숨겼던 메모리카드를 찾아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B씨의 사인은 차량 역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이 나왔다.

A씨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B씨가 이미 숨진 줄 알고 2차 사고로 덤터기를 쓰게 될까 봐 블랙박스 메모리를 챙겨 떠났다”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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