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외교부가 미국 정가와의 외교전을 위해 기용한 미국 로비업체가 실질적으로 미국 정가에서의 영향력은 미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외교부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주미 한국대사관이 지난 4년간 8개 미국 로비업체를 고용했다고 밝혔다. 이 중 가장 오랜기간 가장 큰 금액으로 계약한 업체는 ‘토마스 캐피톨 파트너스’(TCP)였다.
외교부는 TCP와 2011년 1월부터 계약해 현재까지 계약을 지속하고 있다. 외교부가 TCP에 지급한 금액은 4년간 지급한 금액은 228만달러(26억 7000만원)였다. 이 금액은 주한미국이 같은 기간 지출한 총 로비예산의 33.9%에 달한다.
윤 의원은 연 56만달러라는 TCP과의 계약규모가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올해 미국 제재 대상에 올라 비상이 걸린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 로비업계 1, 2위를 다투는 에킨 검프와 맺은 계약액이 55만달러로 오히려 작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TCP가 미국 정가에서 로비회사라기보다는 대사관 심부름센터에 가까운 곳이란 것이다. 윤건영 의원실이 다양한 경로로 TCP에 대한 현지 워싱턴 K스트리트(백악관 근처 로비회사들이 모여있는 자리) 평가를 취합한 결과다. 미국 로비업계의 순위 역시 전체 2만 157개 중 7797위에 불과했다.
TCP 로비 대상도 이미 지한파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 대부분이고, 소액 후원 이외에는 의원들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방문해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등 실질적인 접촉에 대해서는 등록된 것이 없었다. 윤 의원은 “TCP가 2016년부터 2000년까지 22명의 상·하원 의원에게 후원한 금액은 42만달러(5000만원)”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TCP가 후원한 22명 의원 중에서는 트럼프 캠프나 바이든 캠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윤 의원은 아울러 외교부가 공공외교 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및 미국 싱크탱크와 교류한 사업을 분석한 결과 동일 기관과 동일인을 계속 활용하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빅터 차 미국 전략문제연구소 석자와의 경우,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에 11차례 방문했다.
|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9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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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은 “외무 관료가 공공외교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북한에 대해 인식이 확고한 인사들에 대한 인사, 싱크탱크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으로 정부정책 반대 논리를 확산해온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조지워싱턴 대학 연구소, UC버클리 연구소 등 싱크탱크 풀을 확장시키고,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학자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삼성·SK 등 미국에 진출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기업들과 연계해 공공외교를 펼치고 우리 정부 측 인사들이 미국 주요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직접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