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판단도 당국의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는가가 논란의 핵심으로, 논자마다 주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다만 정답이 없는 이 어려운 주제는 일단 차치하고, `형평성`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당국의 중징계 방침에 허점이 많다는게 금융권의 정서다. 유독 황 회장에 대해서만 엄히 책임을 묻는데 대해 금융권 인사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 후임 박해춘 행장 책임은?
부채담보부증권(CDO)과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등 파생상품 투자는 황영기 우리은행장 시절인 2006년 뿐만 아니라 후임 박해춘 행장 재임중이던 2007년 5월에도 이뤄졌다.
또 황행장 퇴임 이후, 박해춘 행장 재임기간인 2007년 4분기에 4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때 박해춘 행장은 "관련 부실을 다 털었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손실은 계속돼 결국 1조 6200억여원이 손실처리됐다. 그래서 당시 박해춘 행장이 사후 관리를 제대로 했는지, 그 책임은 가벼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황 행장에 대해서는 `직무정지 상당`이라는 중징계를, 후임 박해춘 행장과 이종휘 당시 수석부행장에 대해서는 `주의적 경고`라는 가벼운 징계만 예고하고 있다.
한 은행 임원은 "내가 심사를 해서 대출을 내줬고 재임중에 문제가 없었는데, 후임자 때 연체가 발생했다면 이 후임자는 서둘러 대출을 회수하는게 당연하지 않은가"라며 "연체가 부도로 이어지기까지 손놓고 구경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 KIC 투자실패는 책임 안물어?
다른 차원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투자 실패가 당국의 징계 대상이라면, 역시 손실이 난 다른 투자들은 왜 문제삼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규모와 시기가 다양할 뿐, 은행권에는 비슷한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해외에 투자한 기관들은 너나할 것 없이 손실을 입었다. 하나은행은 메릴린치 주식을,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 BCC은행 주식을 샀다가 엄청난 평가손을 입었다.
`우리은행이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이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다`고 한다면 한국투자공사(KIC)의 사례가 대표적인 논란거리다.
이로 인해 KIC는 금융위기가 한창일때 엄청난 평가손을 입었고, 주가가 많이 회복된 지금도 원금을 회복하기는 커녕 반토막에 가까운 상태다. 혈세의 반을 `몰빵`투자로 허공에 날린 셈이다.
그러나 이 투자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징계도 없었다. 이 투자의 실질적 의사결정권자가 누구였는지 조차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외견상으로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KIC 사장, 민간인 6명 등 9명으로 구성된 투자운영위원회가 투자를 결정했지만 재정경제부가 강압적으로 밀어부쳤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관계 공무원들은 익명의 보호막 아래 숨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적인 균형이 없어 이번 황 회장의 징계는 정당성에 대한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며 "사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징계가 100% 순수한 의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이가 거의 없다" 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코스피 1560선 회복..`기관 매수 확대`
☞국민은행, 커버드본드 과다비용 `논란`
☞황영기 회장 "나는 수동적인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