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급등에 빚이 5000억 더 늘어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 오를 때 세전이익이 보통 5000억원 이상 감소한다.
지난 2분기 재무제표에 대한항공이 적용한 기말환율은 1078.10원. 이번 3분기에는 1179.50원의 환율이 적용됐다. 대한항공의 달러부채는 3분기말 65억 4000만달러다. 기말 환율이 101원(10%)이나 오르면서 외화환산에서 평가손실이 7710억원이나 발생했다.
3분기 영업이익이 2097억원 이니, 3개월 동안 일해서 번 돈 보다 가만히 앉아서 환율변화로만 `까먹은` 돈이 3배가 넘게 된 꼴이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 주가도 지난달 이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외화환산손실은 장부상 평가손실이다. 영업을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니고, 현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것도 아니다. 향후 환율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줄어들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평가이익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3분기 어닝시즌 개막한 가운데 최근 급등한 환율과 함께 부분적으로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꼼꼼히 따져봐야 할 `환율 착시`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존 한국회계기준에서처럼 IFRS를 적용한 이후에도 외환손익을 영업외손익으로 반영한다. 그러나 IFRS로 전환하면서 외환손익을 영업이익에 바로 반영하는 일부 기업들의 경우 영업이익에서부터 실적에 대한 착시가 일어날 수 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기 전에는 기말 환율은 큰 의미가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채권, 채무 관계의 외화자산과 외화부채에 대한 이자손익과 평가손익이 영업손익으로 계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측은 외화 평가 손실을 영업이익에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회사가 미국과 국내에 동시에 상장돼 있는만큼 보다 국제회계기준에 가깝게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재고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착시도 `조심`
재고 자산의 평가 가치가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일종의 착시효과도 유의해서 봐야 할 항목이다
기말재고 평가시에 달러로 표시된 기말재고는 원화로 환산할 경우에 대폭 증가하게 된다. 기업의 비용은 기초재고에서 구매 또는 생산을 더한 뒤 기말재고를 빼서 구한다. 따라서 기말재고의 평가 가치가 증가하면 비용(제조원가)은 저절로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이 올라가는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한편 수출기업들의 경우 환율 상승에 따른 섣부른 실적 수혜 기대감도 금물이다.
매출액이나 매출원가 등 기업의 실질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해당 분기의 평균환율이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평균 환율은 1083원으로 당초 예상치인 1070원선보다는 크게 올랐지만 전분기인 2분기(1083.9원)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이승혁 애널리스트는 "환율 상승은 지난달 중순 이후 나타난 만큼 평균환율 변화에 따른 실적 변화는 의외로 작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