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성, 히잡법 위반 혐의로 경찰 총 맞아 혼수상태

이란 경찰, 압류 대상 차량 정지시키다 총격
이란, 히잡법 위반 단속위해 CCTV로 식별
피해자, 혼수상태 빠져 군 병원으로 이송
  • 등록 2024-08-14 오전 10:41:34

    수정 2024-08-14 오전 10:41:34

[이데일리 조윤정 인턴 기자] 이란에서 히잡법 위반 혐의로 경찰이 한 여성에게 총격을 가해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이란 도로에서 한 여성이 길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 북부 도시 누르에 사는 아레주 바드리라는 이름의 이란 여성은 지난달 22일 귀가길 경찰의 총에 맞았다. 이란 인권 단체와 내부 소식통은 그가 탑승한 차가 압류 대상 목록에 올라 경찰이 해당 차량을 정지시키기 위해 시도했으나, 명령을 따르지 않아 움직이는 차량에 총을 쐈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지난해 히잡법 단속 강화를 위해 폐쇄회로(CC)TV 등 감시 도구를 사용해 머리를 가리지 않고 운전하는 여성들을 식별하고 그들의 차량을 압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인권 활동가들은 총격 사건 며칠 전 히잡을 쓰지 않고 운전하는 바드리의 모습이 CCTV에 포착됐고 차량 번호가 감시 목록에 포함돼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누르 지역의 한 경찰 지휘관은 명령에 불응한 운전자가 총에 맞았다고 현지 언론에 확인했지만, 바드리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란 시민 언론 단체인 맘레카테에 따르면 바드리는 총에 맞은 후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이란 수도인 테헤란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2022년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 이후 발생한 대규모 히잡 반대 시위에서 발생한 성폭력 및 총격 피해자를 비밀리에 치료했던 한 의사는 가디언에 “바드리의 건강 상태에 대한 소식은 전혀 없다”면서 “해당 병원은 경찰 소유의 군 병원이라 병원의 어떤 의사도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망명 중인 이란 언론인 마시 알리네자드는 바드리의 가족과 지인으로부터 총격 사건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사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바드리의 직계 가족들이 바드리의 상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않도록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알리네자드는 “처음에 바드리의 친척으로부터 사진을 받고 그가 두 아이의 어머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며 “21세기에 어떻게 아이들에게 엄마가 머리를 히잡으로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총을 맞았다고 설명할 수 있겠냐”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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