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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지원 앞장’ 폴란드 “양국 관계, 말하기 어려운 상태”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현지 폴자츠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폴란드 군대를 현대화하고 빠르게 무장시켜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폴란드-우크라이나 관계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전날 폴란드 언론들과 만나 “물에 빠진 사람이 무엇이든 붙잡으려 드는 것처럼 우크라이나가 행동하고 있다”며 “물에 빠진 사람은 매우 위험하며 구조자까지 익사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우크라이나를 ‘물귀신’에 비유한 셈이다. 그는 “우리는 우리가 받는 피해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호 관계는 최근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문제를 두고 흔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산 농산물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고수하고 있는 폴란드와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세 나라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했다. 반면 폴란드 정부는 우크라이나산 저가 농산물로부터 폴란드 농업을 지켜야 하며 이것이 우크라이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폴란드는 내년 만료되는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우대 조치를 연장하지 않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전 장기화에 흐트러지는 서방 연대
반러-친우크라이나 대오의 균열은 폴란드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미사일과 전투기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앞장섰던 슬로바키아에서도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오는 30일 총선을 앞두고 슬로바키아에선 친러 사회민주당이 지지율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섰던 현 중도우파 내각이 내분 등 실정을 거듭하면서 사민당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사민당을 이끄는 로베르트 피초 전(前) 총리는 나토와 대러 제재를 비판하며 자신이 집권하면 우크라이나 지원을 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공고해 보였던 서방의 연대가 흐트러지고 있는 건 전쟁이 1년 반 넘게 장기화하고 있는 탓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러시아에 대한 ‘대반격’을 공식화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분열이 러시아에게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일부 유럽 국가가 우크라이나와 연대하는 척하면서 러시아에 판을 깔아주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