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확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인 지 7일째 접어든 상황에서 안전운임제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산업계 주장이 나왔다. 이와 함께 안전운임제 상시화를 위한 화물연대 집단행동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면서 화주와 차주, 운송사업자가 모두 만족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만기(가운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수출입물류 정상화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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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애초 안전운임제가 도입된 건 차주 등의 집단이기주의에 정치권이 밀리면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화물차 운임 결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건 다양한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가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할 필요가 없게끔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매기는 제도로, 지난 2020년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에 한시적으로 도입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상시화하는 동시에 적용 품목 확대도 요구하면서 현재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정 부회장은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상시화’를 시장 경제체제에 맞지 않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화물차 운임 시장이 정부개입이 필요할 정도의 시장실패 영역, 정보 비대칭 영역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다. 그는 “화물운송 이해관계자를 정보망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 등 시장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일부에선 화물운송도 택시나 버스 등과 같이 공공성이 있어 정부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대중교통 사업자들은 교통 소외 계층의 이동성 확보를 위해 의무적으로 지정노선을 준수하거나 승차 거부를 하지 못한다”며 “화물운송은 노선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만큼 대중교통과 공정 의무 이행 측면에선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전운임제가 실질적으로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안전운임제가 한시적으로 도입된 이후 운임이 28% 이상 오르는 동안 사고예방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안전운임제 시행 후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11.5% 줄어든 반면, 안전운임제 대상 차량 사고는 8%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정만기(왼쪽)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수출입물류 정상화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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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은 화물차 운전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안전운임제가 아니라 실증적·과학적 방법에 따른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도로 체제나 운전 습관, 차량 정비 상태나 노후화 정도가 화물차 운전자 안전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를 사고 예방에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현재 대형 화물차에 의무 부착된 디지털운행기록계에 기록된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교통 당국을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공유한다면 사고 예방에 기여할 것”이라며 “현재 해당 데이터는 차주나 운송업체 반대로 공유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공유해 데이터 기반 불량부품을 사전에 교체하거나 적기에 정비하면 사고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 밖에도 안전운임제가 △운임 할증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 △차주와 실질적 계약 관계가 없는 화주 처벌 조항이 있다는 점 △제도 취지와 다르게 운수사업자 운임도 함께 고시돼 다단계 거래 비용을 화주가 부담하게 된다는 점 △호주 등 외국에서 비슷한 제도가 실패한 사례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꼽으며 제도 폐지를 강력히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화물연대는 타당하지 않은 안전운임제 상시화를 위한 집단 운송 거부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화주·차주·운송사업자 모두가 ‘윈-윈’(win-win)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도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에 따른 경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미봉책으로 이들 요구를 들어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