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BNPL…신용카드 甲 시대 저무나

아마존, 내년부터 英서 비자 카드 결제 중단
높은 수수료 명분이지만 결제 시장 선점이 목표
아마존, BNPL업체 어펌과 제휴…카드 시장 위협
BNPL 점유율 지속 상승…비자 “우리도 BNPL 한다”
  • 등록 2021-11-23 오전 10:50:13

    수정 2021-11-23 오후 10:22:36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과 세계 최대 카드사로 꼽히는 비자가 수수료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표면상으론 비자의 수수료 인상이 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전문가들은 새로운 결제 시스템으로 떠오른 선구매 후결제(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가 결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카드사와 주도권 쟁탈을 벌이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 로고(사진=AFP)


“비자 수수료 높다” 아마존, 英서 비자 결제 중지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바산트 프라부 비자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아마존과 파트너십을 지속하길 원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프라부는 “우리는 과거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으며, 미래에도 수수료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비자는 올해 초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온라인 거래를 하는 가맹점에 신용카드는 1.5%, 직불카드는 1.15%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카드 수수료가 너무 높다면서 내년 1월 19일부터 영국에서 발행된 비자카드 결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마존 웹사이트 거래 시 해당 카드는 더이상 쓸 수 없게 됐다.

아마존은 “기술이 발전하면 수수료는 떨어져야 하는데, 카드 수수료는 반대로 증가하고 있다”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유통업체와 카드사의 신경전은 꾸준히 반복되는 이슈다. 앞서 캐나다 월마트 또한 2016년 높은 수수료를 이유로 비자 카드 사용을 제한했다 7개월 후 합의에 도달한 전례가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마존과 비자의 이번 갈등은 결제 수단 주도권 잡기를 위한 전초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단지 비자가 수수료를 일부 낮추는 방법만으로 봉합될 문제가 아니란 지적이다. 외신은 아마존 등 유통기업이 BNPL 서비스를 도입해 카드사의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BNPL 서비스는 먼저 물건을 사고 나중에 값을 지불한다는 측면에서 신용카드와 비슷하지만, 별도의 카드 발급 절차 없이 앱만 내려받으면 이용할 수 있다. 신용 등급 조회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데다 할부 수수료도 없어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해 나가고 있다.

선구매 후결제(BNPL) 기업 어펌 로고(사진=어펌)


대세 떠오른 BNPL…신용카드와 경쟁할 듯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BNPL은 대세 결제 수단으로 자리를 잡는 중이다. 북미 전자 상거래 지출에서 신용카드의 점유율은 작년에 7% 감소한 반면 BNPL의 점유율은 78% 증가했다. 이미 아마존도 결제 플랫폼인 어펌과 제휴를 맺고 지난 9월부터 미국에서 BNPL 서비스를 시작했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경영하는 미국의 모바일 결제업체 스퀘어 또한 호주 1위 BNPL업체 애프터페이를 290억 달러(약 33조 원)에 인수하며 BNPL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글로벌데이터의 결제 사업 부문 분석가인 크리스 딩가는 “신용카드는 여전히 비현금 거래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라면서 “높은 신용 카드 수수료를 추구하면 소매업체의 BNPL 채택이 빨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1990년대 미국 식당 주인들이 높은 수수료를 이유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사용을 중단했던 사례를 인용했다. 결국, 가맹점들의 보이콧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다시 수수료를 낮춰야 했다. 이에 따라 비자 또한 아마존의 압박에 한 수 접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 같은 우려에 프라부는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결제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라면서 “필요하다면 우리도 BNPL 서비스를 할 것이고, BNPL 사업도 긍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비자는 최근 스웨덴 클라나 등 BNPL 기업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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