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이틀째, 물류대란 심화..주유소도 '비상'

일부 철강업체 재고 '단 쌓기' 작업으로 버텨
주말 지나면 재고 동나..."길어야 열흘 간다"
'탱크로리' 집중 타깃...차주 피해 본격화 예상
  • 등록 2022-11-25 오후 1:52:22

    수정 2022-11-25 오후 1:51:29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화물연대 총파업이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물류대란이 심화하고 있다. 국내 주요 제철소의 철강 제품 출하 중단이 지속되면서 피해 규모가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주유소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부 업체가 봉쇄되면서 파업 장기화시 ‘주유 대란’이 우려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전날 0시부터 파업을 시작한 뒤 국내 주요 제철소의 육로 배송이 막혀 철강재 출하가 중단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남 광양항과 포스코 광양제철소, 여수국가산업단지 업체들의 물류 차질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장은 파업에 대비해 재고를 비축해뒀지만 주말이 지나 파업 5일차에 접어들면 원재료와 부재료 물량이 동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생산 제품을 쌓아둘 공간이 부족해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컨테이너가 부두에 적체되면서 항만 기능이 마비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총파업 출정식이 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열린 가운데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이날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진=이영훈 기자)
포스코(005490)는 일 평균 약 3만5000톤(t)의 물량을 전혀 내보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파업에 대비해 급한 물량을 어느 정도 내보내 두긴 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대규모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는 고객사향 긴급재 이송과 제철소 복구를 위한 설비자재의 입출고 운송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지난여름 태풍 피해로 본 침수 피해 복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하루 평균 5만t의 물량을 출하하는 현대제철(004020)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파업이 사전에 공지되면서 미리 출하를 많이 해두었기 때문에 아직은 버틸만 하다”며 “다만 5~7일 정도 지나면 재고가 동나면서 큰 수준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국제강(001230)의 경우 하루 평균 2만t의 물량을 출하하는데 파업 이후 포항과 당진 공장은 육로가 아예 막혔고 부산과 인천에서만 부분적으로 출하가 이뤄지는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출하가 막힌 공장에서는 기존에 5단으로 쌓던 재고를 안전 규정을 준수해 더 쌓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버틸 수 있는 기한은 최대 1주일에서 열흘 정도”라고 설명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학사들은 생산 제품을 파이프라인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당장 큰 타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정유사다. 에쓰오일(S-OIL(010950)), SK이노베이션(096770),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체들은 약 2주에서 1달 치 재고를 미리 확보하고 화물연대 소속이 아닌 비조합 차량으로 운반하는 식으로 파업에 대응하고 있다. 이 이상 파업이 길어지면 공급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울산과 부산에서는 부분 출하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수와 광양항은 완전히 막혔다”며 “이번 파업에서 정유사들의 탱크로리가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데 일부 업체는 아예 봉쇄돼 어제 오후부터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큰 고객 불편은 없고 지역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다”며 “다음 주가 돼야 구체적인 피해 규모 파악이 가능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화물연대와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두고 여전히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 점이 업계의 불안을 키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밤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무책임한 운송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해 여러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 거부해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운수종사자가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나 협회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여서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강력한 해결 의지를 보여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지난 24일 오후 부산 남구 한 화물차 주차장에 운행을 멈춘 트레일러가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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