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값 신경 안쓰는 커피값
일단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측은 인건비와 임대료 등 다른 비용이 늘어난 걸 가격 인상 이유로 꼽았다. 잭 허트슨 스타벅스 본사 대변인은 “스타벅스의 커피값 결정 요인은 다양한데, 회사의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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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해보면 스타벅스가 커피값을 올린 이유는 국제 원두값 상승 때문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그러니 “원두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 커피값을 왜 올리냐”는 비판도 설 곳이 없는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커피의 대명사인 스타벅스의 재무구조를 살펴보면 커피 원두가격이 전체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영업비용 가운데 원재료 가격은 40%를 살짝 웃돌지만, 커피보다는 우유와 설탕, 샌드위치의 재료가 되는 밀 가격 등이 이중 4분의 3을 차지한다.
원두시장 `큰손`의 쇼핑전략
물론 스타벅스는 원두시장의 큰 손이다. 로부스터(Robusta)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향을 지닌 아라비카(Arabica) 원두를 주로 구매하는 스타벅스는 브라질과 베트남 등지에서 고정된 가격에 대량으로 원두를 사들인다.
올 상반기처럼 원두값이 빠르게 뛸 때엔 미리 밭떼기식으로 원두를 대량 확보하는 전략을 쓴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콜에서 “지금보다는 우호적인 가격에 올해 필요한 아라비카 원두 대부분과 내년에 필요한 원두 물량 40% 정도를 이미 계약해뒀다”며 “우리는 전략적으로 원두를 구매하고 있는 만큼 올해 가격 변화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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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나중에 가격이 하락하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선물을 매도하거나 옵션 칼라(option collar: 갑작스러운 가격 하락에 대비해 콜옵션을 사고 풋옵션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이익과 손실폭을 제한하는 전략)로 헤지에 나서는데, 그나마 올해엔 가격이 꾸준히 올라 이런 거래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도 없었다.
반대로 지난 2012년과 2013년처럼 가격이 꾸준히 하락할 때엔 원두 매입을 최대한 늦추면서 역시 선물과 옵션으로 적극 헤지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이 때문에 커피 헤지거래에 따른 비용은 작년 상반기중 1220만달러였던 것이 올해에는 150만달러로 급감했다. 원두가격 상승기가 스타벅스에겐 더 유리했던 셈이다.
“올릴 수 있을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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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트슨 대변인은 “우리의 가격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지며 시장별로, 제품별로 차별화된다”며 “가격을 결정할 때 소비자들에게 상대적인 가치를 제공하면서도 회사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언뜻 고상하게 들리지만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소비자들이 불만을 느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장기적인 수익성 제고를 위해 그때 그때 다른 전략을 쓴다는 얘기다.
미국 현지 전문가들은 스타벅스가 늘 `업계 평균 이상(above-average)` 전략을 고수한다고 말한다. 니콜 레건 파이퍼 제프레이 애널리스트는 “스타벅스는 업계 최고의 브랜드 파워와 이를 통한 엄청난 가격 결정력(pricing power)으로 가격 인상을 잘 관리하고 있다”며 “결국 스타벅스는 반드시 올려야할 때가 아니라 자신들이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할 때 가격을 올린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는 자사 고객들이 얼마나 높은 로열티를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또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프리미엄 커피를 (경쟁사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도 소비하려고 한다는 점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원두값이 내릴 때 스타벅스 주가는 당연히 치솟고, 가격이 올라도 주가는 떨어질 줄 모른다.
“가장 좋은 회사란 무엇일까? 원할 때 제품가격을 인상할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가격을 올려도 경쟁자에게 고객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는 회사를 말한다”고 했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얘기대로라면 스타벅스는 최고의 기업 중 하나가 분명하다. 그러나 수익성이 좋은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좋은 기업은 엄연히 다른 법이다.
☞[글로벌 NOW]스타벅스의 커피값 올리는 법(下)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