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헬로비전 합병에 최순실 개입?, 이상한 점 3가지

1. 투자 무산이후 정책변동 증거 없어
2. 합병 반대 세력과 최순실 씨 관계 불투명
3. KT 최순실 논란은 오비이락?..회장 연임이슈에는 영향
  • 등록 2016-11-01 오전 9:54:32

    수정 2016-11-01 오전 10:22:5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SK그룹이 K스포츠재단의 투자 요구를 거절한 게 SK텔레콤(017670)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불허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K스포츠재단에서 2월 29일부터 4월 20일까지 SK그룹을 세차례 찾아가 80억 원 투자를 요구했으나 SK그룹이 30억 원을 역제안하는 바람에 무산됐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인수합병에 대한 정부 입장이 부정적으로 바뀐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달 30일과 3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조사에서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과 SK그룹 박모 전무는 만남과 투자 요구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여기에 인수합병 저지에 사활을 걸었던 경쟁사 KT(030200)가 최순실 사건과 관련해 여러 이름이 오르는 것도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KT에는 차은택 씨, 안종범 전 수석과 절친인 이동수 전무(IMC본부장)가 2015년 2월부터 일하고 있고, 7월 말에는 KT와 한국마사회가 모바일·VR 경마 등의 사업을 하기 위한 양해각서(MOU)체결식에 황창규 회장이 현명관 마사회 회장과 참석했다. 최순실 개인 회사인 ‘더블루K’가 연구용역을 받기 위해 KT경제경영연구소 박모 소장을 만난 일도 확인됐다.

만약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최순실은 대통령 연설문이나 의상,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및 정책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민감한 정책에도 관여한 셈이 된다.

하지만 최 씨가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무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려면 다음의 3가지가 증명돼야 한다는 평가다.

①투자 무산 이후 정책 변동 증거 없어…미래부 장관 “심사늦다” 발언도

최순실 씨가 SK그룹에 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4월 중순 이후에도 상당기간 ‘조건부 허가’라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심지어 5월 26일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기자단 오찬에서 “공정위 심사가 느리다”라고 걱정했을 정도였다. 최 장관은 “비공식적으로 (정재찬)공정거래위원장한테 절차 진행이 느리지 않냐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면서 “조기에 결론이 나서 우리에게 통보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면서,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 심사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장래에 어떻게 되니까 지금 일을 안 하겠다는 것은 일을 하는 사람의 태도로서는 제고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당시 합병 반대를 외쳤던 KT나 LG유플러스, SBS(034120)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 심사를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②합병 반대 세력과 최순실 씨 관계 불분명

당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진 사람은 청와대 경제수석이 아닌 홍보수석이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경제수석은 찬성, 홍보수석은 반대, 정무수석은 중립이라는 말이 돌았다.

그런데 안종범 씨는 6월까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했고 이후 정책조정수석이 됐다. 당시 홍보수석은 SBS 출신인 김성우 씨였고, 정무수석은 현기환 씨였다.

최 씨가 이 인수합병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투자 유치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안종범 씨에게 말했다는 것인데 당시 업계에 전해진 안 전 수석의 입장과 다른 것이다.

③KT 최순실 논란은 오비이락?…회장 연임이슈에는 영향 줄 듯

KT와 최순실 논란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무산에 영향을 미쳤다기보다는 주인 없는 KT나 포스코에 대한 비선 실세들의 ‘내 맘대로 주무르기’로 보는 게 적절해 보인다. 또한, 일부 사안은 사업적으로 필요한 일이었다는 반론도 나온다.

K스포츠재단의 기업들 출자금을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더블루K’가 KT와 포스코에 용역을 달라고 연락하고 이에 낮은(?) 자세로 관련 임원들이 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두 회사 모두 주인없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KT에 따르면 최 씨와 경제연구소 박모 소장은 만났지만 용역을 주지는 않았다.

이동수 전무 이슈나 한국마사회 이슈는 좀 다른 이야기도 들린다. 이 전무는 KT에서 통합마케팅본부장(IMC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송중기’ 기가인터넷 광고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 능력자다. 15년 가까이 글로벌 광고회사 오길비 앤 매더(Ogilvy&Mather)에 근무하면서 지프(Jeep) , 폰즈( Unilever Brand, Pond’s) 등의 광고를 책임졌다. 지프 인쇄 광고는 2003년 Gunn Report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수상을 많이 한 인쇄광고로 선정되기도 했다.

KT가 한국마사회와 제휴한 일도, 황 회장이 현 회장을 만난 일도 이해되는 구석이 있다. 이 프로젝트 자체가 380억 원이라는 큰 돈을 수주한 것이어서 황회장이 업무제휴식에 참여할 만했다는 사실과, 황창규 회장과 현명관 회장이 모두 삼성 출신이어서 원래 가깝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을 얻는다.

다만,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황창규 회장의 연임 여부에는 최순실 사태로인한 국정 혼란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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