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전문가들은 우선 올해 2분기 재무제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섣부른 얘기라고 설명합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대우조선의 재무제표에 이상한 점이 없는지를 살펴보곤 있지만 분식회계에 대한 감리를 당장 진행할 근거는 없다”고 밝힙니다. 아니 2조원대 손실을 감췄다는데 감독당국은 왜 이렇게 태연한 걸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선사나 건설사와 같은 수주기업의 회계처리 방식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선사는 벌크선 한 척을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제조업체처럼 ‘100원짜리 10개 팔면 1000원’ 이런 식으로 매출액을 계산하면 프로젝트가 끝나기 전까지 조선사 매출은 `0원`일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조선사들은 발주처로부터 수주받은 금액에서 프로젝트 진행률을 계산해 매출액으로 인식합니다. 1000억원 규모 제작을 수주했고 프로젝트를 30% 가량 진행했다면 매출액을 300억원으로 계산하는 겁니다.
만약 프로젝트 현장 상황이 나빠져 제작 기간이 지연되고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 프로젝트 진행률이 당초 예상보다 떨어진다면 미청구공사는 손실로 돌변합니다. 대우조선이 해양플랜트 제작 지연으로 손실을 예상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
하지만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초에도 역시나 “대우조선은 업계 유일한 실적 개선 조선사”라며 ‘매수’ 의견을 불러댔습니다. 이들 눈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청구공사와 밑 빠진 독처럼 빠져나가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보이지도 않았나 봅니다.
다만 대우조선이 의도적으로 ‘적자 수주’ 프로젝트에 대한 예상 손실을 그동안 반영해오지 않았다면 대우건설(047040) 사례와 비슷한 분식회계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대규모 손실을 감춘 대우조선과 이를 바로잡지 못한 감사인은 금융당국 징계를 받게 되겠지만 아직 그럴 가능성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관련기사 ◀
☞ 대우조선, 2兆 손실로 부채비율 600%대 `껑충`…자율협약 유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