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는 20회 SRE에서 총 139표 중 31표(22.3%)를 받았다. 두산그룹에서 재무 위험이 가장 큰 계열사로 손꼽혔던 두산건설의 표가 6표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두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재무부담이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만하다.
그러나 SRE 자문단은 두산그룹의 재무 부담이 갑자기 확대된 것은 아니라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대신 그동안 워스트레이팅 상위권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현대그룹과 한진해운 등이 대규모 자구계획에 돌입하고 건설사들의 경기 회복이 기대되며 두산그룹에 우려가 쏠린 것으로 봤다. 계열사 업황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무구조 개선 영향마저 희석된 두산그룹의 ‘A’급 신용등급에 물음표를 던질 만하다는 것이다.
SRE 한 자문위원은 “A급 기업 중 재무부담이 큰 기업을 꼽으라고 하면 두산그룹을 선택하는 시장 참여자가 많을 것”이라며 “등급에 대한 적정성 의문뿐만 아니라 두산그룹의 절대적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무구조 개선에도 차입금 ‘부담’
두산그룹의 실적은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두 주요 계열사가 처한 업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두산그룹은 2000년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며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왔는데, 업황이 둔화하며 M&A에 소요된 차입금이 부담이 되고 있다. 그룹의 최대 M&A인 밥캣의 인수와 관련된 재무부담은 아직도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두산그룹의 전체 총 차입금은 6월 말 기준 13조7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두산그룹은 일부 계열사의 재무 위험이 타 계열사로 전이되는 과정까지 보이며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를 산 바 있다. 두산중공업은 수차례 두산건설을 지원하며 부담을 늘려왔다. 그럼에도 올 초까지만 해도 시장 참여자들의 두산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적인 편이었다. 두산그룹이 시장이 ‘기발하다’라고까지 평가하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재무구조를 개선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했고, 두산인프라코어는 4000억원 규모 해외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했다. 또한 두산건설도 4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또한 글로벌 경기 회복이 더딘 것도 두산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최근 3년 동안 8~10% 수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을 유지하는 등 수익이 양호한 편에 속했다.
그러나 최근 발전사업 관련 국가별 발주규모가 줄고 있고 업체 간 경쟁은 심화하며 수주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 2012년과 2013년 5조원 규모에 머물면서 2014년 3월 말 수주잔고는 15조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곧 두산중공업의 외형성장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과 이어진다.
일부 업계에서는 하반기 신고리 5, 6호기 발주가 시작되며 수주 환경이 이전보다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신용평가업계는 2013년의 저조한 수주실적이 반영되면서 올해 두산중공업이 역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두산중공업은 그룹 지배구조 위치상 중간지주회사의 역할을 하고 있어 계열사에 대한 추가 지원 부담을 안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실적 비해 재무부담 과중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향했다. 재무부담이 신용등급까지 끌어내렸지만 시장에서 우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2년 중국 시장 위축에 따른 실적 부진, 재무지표 악화 심화 등을 이유로 2013년 신용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됐으며, 지난 5월에는 신용등급이 ‘A-’로 강등됐다.
시장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짊어진 차입금 부담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그룹 총 차입금 13조7000억원 중 40% 이상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GDR을 발행하며 밥캣 인수금융 일부 등 외화표시차입금을 상환하며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했음에도 이같은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 이후 5조원 안팎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유지되며 버는 돈에 비해 과도한 재무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다. 최근 제품믹스 개선과 딜러 구조조정 효과로 수익이 소폭 개선되기는 했으나 중국발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주택건설, 부동산 시장이 둔화하는 환경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시장은 두산인프라코어가 토지와 건물 등의 유형자산을 담보화할 수 있어 재무융통성이 양호하고, 차입금이 회사채 위주로 구성돼 만기 구조도 안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0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0th SRE는 2014년 11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bond@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