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삼성과 LG는 LCD(액정표시장치)패널과 장비를 교차구매하기로 하는 등 극히 일부 사업에선 협력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태양전지사업에서 협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양사는 3D TV시장 등에서 날을 세우고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 LG, 고효율 박막태양전지 컨소시엄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은 31일 고효율 대면적 박막태양전지 개발 사업자로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동진쎄미켐(005290) 컨소시엄을 잠정 선정했다. 총괄주관은 삼성전자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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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소시엄은 향후 3년간 정부로부터 700억원 가량의 R&D 자금을 지원받는다. 삼성과 LG, 동진쎄미켐도 같은 금액을 투자한다.
특이한 것은 삼성과 LG의 박막 태양전지 기술이 다르다는 점이다. 삼성은 CIGS(구리· 인듐· 갈륨· 셀레늄) 기반으로, LG전자는 실리콘 기반의 기술을 각각 연구개발해왔다.
◇광전변환 효율 향상 등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 시급 그러나 정부는 국내 고효율 박막태양전지 수준이 사업화 단계로 가기엔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경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박막 태양전지기술은 선진국 대비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두 회사가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부터 선의의 경쟁을 펼쳐, 광전변환 효율 향상과 대면적화가 가능한 첨단 기술을 개발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태양광은 신재생 에너지 가운데 잠재력이 가장 큰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적용분야도 다양하다. 특히 GIGS는 휴대폰처럼 소형 모바일 기기에, 실리콘 기술은 발전이나 건물일체형, 주거시설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는 2015년까지 연평균 31%의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세계 박막태양전지 시장규모는 2015년 12조원, 2020년에는 27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창규 전략기획단 단장은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분에 강점이 있다"며 "고효율 대면적 박막태양전지 분야에서 앞으로 11조원의 산업이 창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양 사가 가진 기술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를 내고, 신뢰성 테스트나 기술을 공유하면 한국 태양전지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사업 재정비를 위해 지난 27일 태양전지 사업 일체를 삼성SDI(006400)에 이관하기로 한 상태다.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가 진행해오던 박막형 태양전지 R&D와 양산을 LG전자로 넘기기로 했다. 전략기획단은 태양전지의 사업 주체가 삼성전자에서 삼성SDI로 넘어가더라도 컨소시엄 선정과 정부의 자금 지원을 삼성SDI로 승계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나 LG 모두 태양전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성과가 부진한 상황이라 경쟁회사라도 서로 협력할 부분을 찾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양 사가 자존심을 걸고 다른 방식의 박막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해 왔는데, 지경부와 컨소시엄이 앞으로 이를 어떻게 조율하고 진행할 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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