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비업체, 삼성 반도체 기술 빼내 하이닉스로 유출

반도체 장비업체 통해 총 94건 기술 유출
  • 등록 2010-02-03 오후 12:49:56

    수정 2010-02-03 오후 9:06:34

[이데일리 조태현 기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에 설비를 납품하는 미국계 반도체 장비업체가 삼성 기술을 빼내 하이닉스로 유출시킨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하이닉스는 "해당 기술을 공정에 적용한 적이 없다"며 "일부 직원들의 정보수집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삼성전자(005930)의 반도체 관련 국가핵심기술 52건 등 총 94건의 기술이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를 통해 하이닉스반도체로 불법 유출된 혐의를 잡았다고 3일 밝혔다.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1위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인 A사가 삼성전자의 기술을 불법 취득해 그 중 일부를 삼성의 경쟁사인 하이닉스반도체에 누설한 혐의다.

동부지검은 A사 부사장 곽모씨를 구속하는 등 A사 직원 총 10명을 입건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핵심기술을 불법취득한 혐의로 하이닉스의 제조본부장(전무) 한모씨를 구속하는 등 하이닉스 직원 5명도 입건했다.

한씨는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D램과 낸드 플래시 반도체 관련 기술을 불법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기술을 유출한 삼성전자 과장 남모씨를 구속하는 등 직원 4명을 입건했다.

총 혐의자는 19명으로 이 중 4명은 구속, 14명 불구속, 1명은 지명수배 조치했다고 동부지검은 밝혔다.

A사 부사장은 삼성전자에 출입하는 직원들과 공모해 삼성전자의 기술을 불법 취득하고, 총 13건을 하이닉스에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사는 미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LCD 장비 생산업체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모두와 납품계약을 맺고 있다.

곽씨는 이 업체 한국법인 대표이사에 재직하다 최근 본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에 따르면 기술 유출을 주도한 곽씨는 김씨 등 직원과 짜고 2005년 3월부터 최근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제작공정 등을 담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95건을 빼돌려 13건을 하이닉스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하이닉스의 반도체 제작을 총괄하는 한씨의 혐의는 A사를 비롯한 자사 협력업체 회의 등을 통해 모두 9건의 기밀을 넘겨받았다는 것이다.

A사 직원들은 제작장비의 설치와 관리를 위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공장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비밀 문서를 몰래 갖고 나오거나 친분있는 직원에게 구두로 정보를 캐는 방법으로 기밀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과장 남씨는 2008년 4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호텔에서 신씨를 만나 사내에서 극비로 분류된 D램과 낸드플래시 및 차세대 반도체 개발 계획 등이 담긴 파일을 넘겨주기도 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A사가 빼돌린 영업비밀에는 반도체 제작공정 아니라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계획과 차세대 반도체 개발 계획, 거래업체 정보 등 연구개발ㆍ영업 관련 비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지검은 "이번 기술유출로 삼성전자가 입은 직접적인 손해 규모는 수천억원 정도"라며 "하지만 이번 기술유출때문에 후발업체와 기술격차가 줄어드는 등 간접적인 피해를 고려하면 총 피해규모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동부지검은 "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로 A사를 이용해 삼성전자의 핵심기술을 불법 취득한 사건"이라며 "장비업체가 낀 신종기술 유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유사한 구조를 가진 모든 분야에서 유사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사 분야 업체에 대한 보안의식 강화 조치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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