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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임기를 1년 10개월 앞둔 윤범모(72)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윤 관장은 지난 10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 관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관장이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는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 결과 발표 이후 가중돼온 부담감이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립현대미술관 내 학예실장 임명을 두고 생긴 안팎의 갈등도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총체적으로 결국 문체부의 사퇴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미술계에서 나오고 있다. 윤 관장 사의 표명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사실 확인 중”이라고만 밝힌 상태다.
윤 관장은 2019년 2월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임명, 3년 임기를 마친 뒤 지난해 대선 이전인 2월 재임명됐다. 2025년 2월까지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관장공모를 통해 지원해 재임명됐으나 직후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이 일었고 정권 말기 ‘알박기 인사’라는 말까지 들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윤 관장은 지난 1월 ‘2023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와 중점사업’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감사로 지적 당해 안타깝다”며 “열심히 하라는 채찍과 격려로 알겠다”고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날 있었던 문체부 발표에 대해 “감사결과를 숙지하지 못했다”는 윤 관장의 발언이 의문을 키우기도 했다.
문체부가 윤 관장의 사의를 수용하면 새로운 관장 임용 공모 절차가 바로 진행된다. 개방형 계약직 고위공무원 가급인 국립현대미술관장직은 인사혁신처에서 서류심사를 통해 응모자를 4~5배수 걸러내고, 면접을 통해 2~3명을 추려 최종 후보로 추천한다. 이렇게 추천 받은 후보를 놓고 신원조회와 역량평가를 한 뒤 최종적으로 문체부 장관이 임명한다.
한편 윤 관장은 1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진행한 전시 ‘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 언론공개회에 여느 때처럼 나섰고, 다음날인 12일 이날 개막한 화랑미술제에도 모습을 비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