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영수증 리베이트)①세금이 샌다..구멍은 어디?

현실 반영 못한 현금영수증 수수료..가맹점 리베이트로 연간 수백억원
편의점 등 대형 유통사 현금영수증 비용 깎아야
  • 등록 2010-10-18 오후 12:03:05

    수정 2010-10-18 오후 3:35:04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국세청에서 내준 현금영수증 발급 수수료가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리베이트 자금 용도로 쓰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국세청의 현금영수증 발급 수수료 체계가 상황에 따라 탄력있게 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6년전인 2004년 현금영수증 발행 수수료를 건당 20원으로 결정했는데 그 후 현금영수증 발행 건수가 10배 가량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당 20원의 수수료를 계속 지급하고 있다. 국세청이 현금영수증 건수 증가로 사업자들이 누리기 시작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감안하지 않고, 주던 돈을 계속 주다 보니 그 시장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 국세청에서 편의점으로 리베이트 흘러가는 구조는?

현금영수증사업자들은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 가맹점에서 발생한 현금거래 정보를 받아 현금영수증을 발행하고 그 내역을 매일 국세청에게 신고해주는 댓가로 국세청으로부터 1건당 20원의 전산처리 수수료를 받는다. 
  


문제는 편의점들이 이들 현금영수증사업자들에게 리베이트를 공공연히 요구한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경우 현금 영수증 발행건수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발행비용보다 국세청에서 받는 수수료가 훨씬 많아지고 있는데도 국세청에서는 계속 건당 20원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대형 편의점들이나 할인점들이 이를 눈치채고 현금영수증 사업자로 계약해주는 댓가로 상당액의 리베이트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급되는 리베이트는 업체마다 다르지만 건당 15원 전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리베이트 금액은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건당 18~19원까지 올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 발행건수는 10배, 건당 수수료는 그대로.."고마운 국세청"
 
▲ 전국 현금영수증 발행건수와 금액. 2005년에는 5억건 미만이었지만 2009년말에는 45억건에 육박하는 규모로 급증했다.


이런 은밀한 거래 구조가 가능해진 것은 무엇보다 국세청의 현금영수증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년 4억4837만건이었던 현금영수증 발급건수는 지난해에는 10배인 44억4200만건으로 늘었다. 한 현금영수증 업체 관계자는 "현금영수증 발급 시스템은 초기 설치비용을 제외하면 장당 원가 증가분은 늘어나는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한 서버값과 장당 6원 정도인 종이 값이 전부"라면서 "2004년 당시에는 고정비용 등이 많이 들었을 수도 있지만 이제는 장당 발행비용이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그러나 "실제 영수증 발행에 드는 비용은 용역 조사 등을 통해 확인해봐야 겠지만 과거보다 물가가 많이 오른 것 등을 감안하면 비용이 더 높아졌을 수도 있다"고 현실과는 다소 엇갈리는 인식을 드러냈다.
 
특히 현금영수증 발급을 늘리기 위해 2007년부터 고객이 요청하지 않아도 가맹점이 자발적으로 현금영수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이듬해에는 5000원 미만의 소액결제에도 현금영수증을 발행하도록 허용한 것이 현금영수증 발행건수를 크게 늘리는 계기가 됐다.
 
당초 이 제도는 세원 투명화라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이미 투명화된 매출구조를 갖고 있는 대형 편의점 등에서 대량의 현금영수증이 쏟아지는 단초가 되면서 거액의 현금영수증 수수료만 관련업계로 흘러들어 눈먼 돈이 됐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 5000원 미만의 소액결제에도 현금영수증 발행을 의무화하면서 현금영수증 건수는 두 배 가량 늘었다. <자료 : 국세청>

 
◇ 요청하지 않아도 현금영수증 끊어주는 이유 있었네

▲ 한 편의점에서 고객 요청 없이 자동으로 발행한 현금영수증. 종전에 발행하던 영수증에 현금영수증 관련 번호를 인쇄해주는 방식이어서 건당 20원의 발행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편의점들이 고객의 요청이 없어도 현금영수증을 자진 발급하는 숨은 이유도 편의점과 현금영수증 사업자의 먹이사슬 구조와 관련이 있다. 편의점 입장에서는 어차피 발행하는 영수증에 현금영수증 코드를 한줄 인쇄해주고 건당 최고 18원의 리베이트를 현금영수증사업자들로부터 받는 거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세금을 더 내는 것도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현금영수증 미발급에 따른 민원 방지가 명분이지만 현금영수증 사업자들에게서 들어오는 거액의 리베이트 수입을 염두에 둔 전략이기도 하다.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현금영수증에 대해 국세청이 지급하는 발급수수료를 깎아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의 경우 어차피 발행할 영수증에 현금영수증 코드를 찍어주기만 하면 되므로 영수증이 약간 길어지는 것 외에 추가 종이값이 거의 들지 않는다"며 "건당 20원은 너무 많다"고 말했다.
 
별도로 현금영수증을 발행할 경우 장당 6~8원의 영수증 용지값과 잉크값 등을 현금영수증사업자가 부담해야 하지만 편의점의 현금영수증은 그런 비용이 필요없다는 것. 실제로 종이 영수증을 발행하지 않는 온라인 결제에 대해 국세청은 현금영수증 발행수수로로 장당 14원을 지급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금영수증 발행수수료 원가는 가맹점마다 다르지만 적어도 대형 유통사들 특히 편의점의 경우엔 건당 20원의 수수료는 너무 많다"면서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지급되는 것인 만큼 업계의 리베이트 규모를 조사해 수수료를 깎아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현금영수증 리베이트)②`세금먹는 하마`된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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