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급작스런 반등..대체 무슨 일이?

예상못한 반등에 說 난무
"반토막 난 주가에 낙폭 과대 인식 확산된 듯"
3개월 추락속 외인 집중매수도 `투심자극`
  • 등록 2007-10-26 오후 4:26:13

    수정 2007-10-26 오후 5:07:34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3개월만에 주가가 반토막나며 추락을 거듭하던 하이닉스가 급반등에 성공했다. 전일까지만 해도 "너무 떨어진다"며 전전긍긍하던 분위기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26일 하이닉스(000660)는 전일대비 14.56% 급등한 2만6350원으로 장을 마쳤다. 그동안 매수주체였던 외국인들이 이날 매도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오후들어 매수세가 집중되며 주가를 상한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갑작스런 오후 급등을 둘러싼 說·說·說..

이날 하이닉스의 주가 급등에 대해서는 시장 전문가들조차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급작스럽게 진행됐다.

오후들어 하이닉스의 주가가 급격하게 올랐다는 점에서 일본업체의 지분인수설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일부 있지만 설명력은 떨어진다.

이날 일본의 마쓰시타가 하이닉스나 LG필립스LCD 지분 인수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시장에 돌았다. LG필립스LCD의 경우 합작파트너인 필립스 지분을 인수를 위해 마쓰시타와 교감이 있던 터여서 그나마 가능성이 있었지만, 하이닉스의 경우 사실 개연성이 없는 '황당한' 루머였다.

또 다른 시각은 '큰 손' 미래에셋이 하이닉스 매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날 하이닉스의 매수주문은 미래에셋 창구를 통해 193만주가 이뤄졌다. 이날 하이닉스 전체 거래량의 10%가 넘는 물량이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하이닉스 보유지분을 거의 없을만큼 줄였다는 얘기가 나온 터여서 나름대로 그럴듯하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개인과 기관이 구분되지 않는 매수창구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렇게까지 무너질 주식은 아닌데.." 인식 확산된듯

오히려 시장 전문가들은 "주가가 너무 떨어졌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가가 오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간 하이닉스 주가는 '추락' 수준이었다. 이달들어 전일(25일)까지 18거래일동안 단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일 마감가는 2만3000원이다.

지난 7월23일 주가가 장중 4만원까지 올라갔던 점을 감안하면 3개월여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이는 2005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사실 2분기 실적발표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하이닉스는 당초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떨쳐내고, 16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하며 깜짝 실적을 시현했다.

하지만 반도체시황 악화로 D램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자 하이닉스는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3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부진하자 개인과 국내 기관들은 하이닉스를 급하게 내던졌다.

시장에서는 하이닉스가 4분기 혹은 내년 1분기에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시장의 심리는 더 위축됐다.

김영준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시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하이닉스의 주가 하락은 과도한 면이 있었다"며 "특히 어제는 PBR(주가순자산배율) 1배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저평가 인식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라, 외국인은 계속 샀네"..국내 투심 자극했나

급격한 주가 하락 속에서도 외국인들은 하이닉스를 꾸준히 매수해왔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기대심리에 불을 지폈다.

지난 3개월간 외국인들은 장내에서 하이닉스 763만주를 순매수했다. STX팬오션과 한진중공업을 제외하고 지난 3개월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이 하이닉스다. 최근의 급락 속에서도 외국인들은 6일연속 하이닉스를 순매수했다. 26일에는 주가 급등을 활용해 순매도를 나타냈다.

국내 기관과 개인들이 던진 물량을 외국인들이 매입가격을 낮춰가며 꾸준히 매입한 셈이다. 이로써 외국인의 지분율은 지난 8월말 21.5% 수준에서 전일 24.34%까지 높아졌다.

반도체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하이닉스를 매수했던 이유 역시 "가격이 싸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반도체시황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면 지금이 하이닉스를 싸게 살 수 있는 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먼브라더스는 "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과 내년 반도체 시황이 크게 개선된다는 시나리오를 감안하면 주가가 더 내려간다고 보기 어렵다"며 하이닉스의 주가바닥을 강조했다.

◇대만 반도체업체 실적악화로 수혜 기대감도

반도체 시황 악화로 상대적인 경쟁력을 갖춘 하이닉스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후발업체들의 설비투자가 지연될 경우 상대적인 경쟁력을 갖춘 하이닉스가 반도체시황 개선의 수혜를 누리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UBS증권은 "반도체섹터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지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경우는 다른 반도체업체들과 분리해서 봐야한다"며 "이들 업체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낸플래시의 수익성과 D램의 원가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연구원은 "하이닉스의 단기 실적 부진은 좀더 이어질 수 있지만, 최근 발표되는 대만의 반도체업체들의 실적은 더 나쁜 수준"이라며 "반도체시장의 공급과잉이 예상보다 빨리 해소될 경우 하이닉스의 상대적인 경쟁력이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웅 흥국증권 연구원의 경우 "3분기 반도체시장의 악화 속에서도 하이닉스는 톱라인의 매출증가가 28%에 달했다"며 "시장환경이 호전될 경우 하이닉스의 실적회복은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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