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약국도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

전국 약국의 70%는 직원 한명인 1인 약국
해고 인력 없어 인건비 압박 그대로
일반약·건기식 값 올리거나 파트타임 고용
주차요원 고용하는 대학병원 약국 한숨
  • 등록 2017-08-01 오전 9:38:52

    수정 2017-08-01 오전 9:38:52

한 대학병원 문전약국에서 주차관리원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사진=강경훈 기자)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5% 늘어난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약국들도 대응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일 의약계에 따르면 전국 약국의 70%는 약국장 1명이 직원 1명을 고용하는 1인 약국이다. 약사는 약의 조제와 복약지도를 맡고 나머지 직원이 처방 전산입력, 약품 정리, 수납 등을 맡는다. 약국의 운영시간은 통상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10시간. 토요일은 오후 4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약국직원의 근무 시간은 주 51시간, 월 257시간이다. 통상적으로 처방전을 전산에 입력하는 전산원이나 조제보조원의 임금은 2~3년차가 170만원 선이다. 내년부터는 최저임금인 193만5210원 이상을 줘야 한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문전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 약사는 “직원들에게 많이는 못 줘도 최저임금보다는 많이 준다고 생각했는데 내년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현재보다 약 15%는 임금을 올려야 한다”며 “조제보조원도 없이 고용 약사 한 명과 전산 직원 한 명 등 최소인력으로 운영하고 있어 인건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산원이나 조제보조원은 임금이 높지 않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약국장이 4대 보혐료나 식대를 대납하는 경우도 많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보험료도 올라가기 때문에 이를 직원이 부담하게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경기 수원시의 한 치과 문전약국 약사는 “4대보험은 원칙적으로 종업원이 부담하는 게 맞지만 그렇게 하면 직원들이 반발할 게 뻔하다”며 “해결책을 찾고 있는데 딱히 뾰족한 묘수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전약국이 해결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일반의약품이나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 등의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이 약사는 “일반약이나 마스크, 치실, 치약 같은 의약외품을 비롯해 각종 영양제는 가격을 약국에서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매출을 늘릴 방법이긴 하지만 값을 너무 많이 올리면 경쟁 약국에 손님을 빼앗길 수 있어 적정 가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것이 파트타임 고용이다. 송파구의 한 약사는 “처방을 전산에 입력하는 전산직원을 하루 3~4시간만 아르바이트로 고용해 그 시간에 한꺼번에 처방을 전산입력하고 약품 정리는 시간 날 때마다 직접 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 근처의 대형 약국은 인건비 부담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전산직원, 조제보조원 외에도 대여섯명의 주차관리요원이나 셔틀버스 운전자를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이들도 대략 170만~20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어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이들의 임금도 인상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 근처에서 환자를 약국에 유인하는 한 약국 직원은 “서울아산병원은 병원과 약국이 멀리 떨어져 있어 대부분 약국이 셔틀차량을 운행 중”이라며 “최저임금 뉴스가 나온 이후 약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셔틀차량을 운행하지 않으면 환자가 줄어들 게 뻔하고 임금을 올리면 경영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약국의 주장이 엄살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문전약국 직원은 “월급 적게 주는 것을 감안해 보험료, 식대 대납해 준 것 아니냐”며 “처방전 입력, 약품 정리 등 온갖 허드렛일은 직원이 다 하는데 고작 월급 30만원 오르는 것 가지고 벌벌떠느냐”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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