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파이프 전투노조 지양`..노동계에 잇단 新바람

"변하지 않으면 와해될 지도 모른다" 위기의식
"조직 장악력 미지수, 실체 불분명해" 한계론도
  • 등록 2010-03-08 오후 2:28:24

    수정 2010-03-08 오후 2:28:24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기존 주류 노동계와 달리 `중도 실용` 등을 표방하는 노조운동이 조금씩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아직 조직력이나 구심점이 없다는 평가지만 과격투쟁이나 기득권 안주해선 안 된다는 노동계 자각의 결과라 노동계에 새 바람을 몰고 오지 않을까 기대감이 일고 있다.

지난주 국내 최대 노조 중 하나인 KT(030200) 노조가 `신노사문화 선언`을 통해 기존의 과격 노동운동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가치 창출을 주도하고, 항구적 노사평화를 유지하며, 고용안정 노력 및 노사공동 상생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내용의 노사 공동선언을 내놨다.

제3 노총 노동조합 연대도 출범했다. 지난 4일 현대중공업(009540)과 서울메트로 노조 등 전국 30여 개가 넘는 노조위원장과 집행부가 모여 `새 희망 노동연대`를 공식 출범하고, 청렴성을 확보하는 한편 노동자를 섬기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노동운동, 투쟁보다는 정책이나 공익노조를 지향하겠다는 목표다. 이들은 과격투쟁에 매몰되거나 기득권에 안주한다 비판을 받아온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식의 노동운동에서 탈피해 보겠단 각오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비타협적이고 강성투쟁에 무게중심을 뒀던 민주노총 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민주노총은 온건노선을 추구하는 김영훈 위원장을 새로 선출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국민에게 손가락질 받는 노동운동은 더는 하지 않겠다. 국민과 소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눈높이에 맞는 투쟁방식으로 국민이 가려워하는 문제를 제대로 긁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투쟁은 힘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대안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단순히 사사건건 반대하고 저항하기보다는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승부를 걸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노동운동이 능동적인 자기 혁신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현 정부가 불법 파업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고 있어 과거처럼 강경투쟁만 고집할 수 없는 형편이다. 비타협적이며 갈등을 유발하는 투쟁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호의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가 아직 노동계의 주도적인 흐름은 아니라는 평가다.

민주노총은 복잡하게 얽힌 계파 간 이해관계가 충돌한 결과로 김영훈 위원장을 차선으로 선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관성화된 민노총의 투쟁노선을 바꿀 정도로 조직을 장악해 어느 정도 지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제3의 노동운동 역시 꾸준히 논의됐지만 실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노동계의 한 전문가는 "노동계의 일련의 변화들이 주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지는 못하고 있지만, 과격투쟁이나 기득권 안주 등 타성에 젖은 노조들에 자극제는 될 수 있다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년 복수노조 허용을 앞두고 이러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기존 노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조직의 와해 등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노조 스스로 변화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제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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