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충당금이야, 바보야!"

우리금융, 좋은 실적 내고도 충당금 부담 못 떨쳐
KB금융 "또다시 적자 불가피하나 충당금 굴레 벗었다"
  • 등록 2010-11-02 오전 10:50:08

    수정 2010-11-02 오전 10:53:44

[이데일리 최한나 기자] 같은 업계 두 기업이 있다. 지난 분기 적자를 벗어나 3분기 흑자를 회복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규모는 극과 극이다. A기업은 예상을 크게 웃도는 5000억원대 순익을 냈다. 시장이 깜짝 놀랄 만한 규모였다. 덕분에 올 한해 순익은 작년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B기업은 800억원대 순익을 내며 간신히 적자를 벗어나는데 그쳤다. 3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한참 밑돌았다. 게다가 4분기에는 또 다시 마이너스 살림이 불가피해 보인다.

수치만 놓고 보면 A기업이 B기업보다 훨씬 낫다. 전망도 더 긍정적이다. 그런데 시장은 B기업 쪽에 점수를 높게 주고 있다. 이유는 하나, `충당금` 때문이다.

A기업은 우리금융(053000)이다. 우리금융은 3분기 5087억원 순익을 기록하며 전분기 400억원대 적자에서 껑충 뛰어올랐다. 순익이 3000억~4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던 증권가 컨센서스보다 훨씬 좋은 성적이다.

3분기 순익이 예상보다 크게 호전되면서 올 한해 순익은 1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조원 초반에 머물렀던 작년보다 크게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증권가 평가는 좋지 않다. 이번에 기록된 좋은 실적은 충당금을 덜 쌓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우리금융은 국내 은행권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익스포져가 가장 크다. 그만큼 쌓아야 할 충당금도 많다.

3분기 충당금 전입액은 5200억원. 전분기 1조2000억원에서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3분기 무수익자산(NPL) 커버리지 비율은 2분기 77%에서 12%포인트 하락했다. 은행권내 최하위 수준이다. 안고 있는 리스크에 비해 덜 쌓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고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PF 익스포져를 줄이든지 충당금을 더 쌓아 커버리지 비율을 올렸어야 했다"며 "순익이 좋기는 했지만 반 쪽짜리 서프라이즈"라고 진단했다.

B기업은 KB금융(105560)이다. KB금융의 3분기 순익은 813억원으로 역시 한 분기만에 흑자 전환했다.
 
충당금이 7000억원에 육박하면서 실적 발목을 잡았다. 지난 2분기 8000억원 이상 쌓은 후 2분기 연속 대규모 적립 중이다.  

여기에 구조조정 목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관련 비용이 불어난 게 부담이다. 6800억원에 달하는 명퇴비용이 반영되면서 4분기에는 또 다시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KB금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이유에서다.

황석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한 덕분에 내년 대손상각비가 급감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자이익이 늘고 충당금이 줄면서 내년에는 실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헌표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충당금 전입액이 늘면서 앞으로 자산 건전성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며 "금리 변동에 민감한 자산부채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경우 수혜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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