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지역 서식종 ‘등검은말벌’ 우리나라 확산 ‘비상’

아열대 외래종이 국내 확산?…기후 변화 탓 가능성↑
생태적 교란·경제적 피해 등 우려
  • 등록 2013-06-26 오후 12:00:00

    수정 2013-06-26 오후 12:00:00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주로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등 검은 말벌’이 최근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성이 강하고, 도시 환경에 잘 적응하는 특성이 있어 시민의 안전과 경제적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아열대 침입 외래종인 등 검은 말벌이 우리나라에 확산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피해가 우려된다고 26일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3년 부산 영도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최근 서쪽으로는 지리산, 북쪽으로는 강원도 삼척까지 계속 확산하고 있다.

생물자원관 관계자는 “등 검은 말벌은 도시 환경에 잘 적응하는 종으로 독성이 강해 피해가 우려된다”며 “특히 숲 속의 높은 나뭇가지나 바위 밑, 도심지역의 건물 처마, 가로수, 화단 등 매우 다양한 장소에 벌집을 짓고 살아가는 특징이 있어 생태적 교란, 경제적 피해, 공중보건상 피해 등 사회·경제적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 서식하는 토착 대형말벌류는 총 9종인데 그 중 5종 정도가 등 검은 말벌의 침입과 확산 후 세력이 약화하는 등 생태적 교란을 받고 있다. 또 등 검은 말벌은 토종꿀벌과 양봉꿀벌의 집 앞에서 돌아오는 꿀벌을 공격해 사냥하는 전문 꿀벌포식자로 국내 양봉가에 경제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아열대 외래종인 등 검은 말벌의 빠른 확산이 기후변화에 의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등 검은 말벌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이들의 생물학적·유전학적 특징과 확산 예측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등 검은 말벌은 가운데 가슴 등판에 아무런 무늬 없이 검은색으로만 된 생김새를 갖고 있다. 주로 중국 남부, 베트남, 인도 등과 같은 아열대 지역에서 서식한다. 성충은 나무 수액이나 꽃의 꿀 등을 주로 먹으며, 유충은 성충이 사냥한 꿀벌과 같은 곤충 등을 먹고 자란다.

등 검은 말벌은 월동을 마친 여왕벌이 4월 초에 출현해 지속적으로 세력을 키워나가며 7~9월에는 수백, 수천 마리의 큰 집단으로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벽에 붙어 있는 등검은말벌의 둥지
구조대가 등검은말벌 둥지를 제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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