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유럽연합(EU)이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두고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측은 내정 간섭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 존 리 홍콩 행정장관(사진=AFP) |
|
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전날 “이번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민주주의 원칙과 정치적 다원주의 위배”라면서 “이번 선거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해체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또 다른 조치”라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보렐 고위 대표는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에 보편적인 참정권에 의해 홍콩 행정장관과 국회 격인 홍콩 입법회 의원을 선출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과 EU 등 서방 국가는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을 때 발효된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에 따르기 위해 보편적인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날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는 단독 출마한 존 리 전 홍콩 정무 부총리가 당선됐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정부가 선발한 선거위원회 1461명의 간접 선거로 치러진다. 정원 1500명의 재적 과반인 751표 이상을 득표해야 당선된다.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선거에는 1428명이 참여해 투표율 97.74%를 기록했다. 8명이 반대표, 4명이 무효표를 던졌다. 유효표 1424표를 기준으로 하면 리 후보의 득표율은 99.4%에 달한다.
존 리 당선인은 2019년 보안장관을 지낼 당시 홍콩의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신임을 얻어 지난해 6월 홍콩 정부 2인자인 정무 부총리로 임명됐다. 특히 이번 선거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기조로 내세워 홍콩 선거제를 개편한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행정장관 선거다. 과거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친중 인사와 민주 진영 후보가 맞붙는 대결 구도를 보여줬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선거제를 개편하면서 행정장관 선거인단을 12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렸고, 여기에 친중 인사를 대거 포함했다. 이에 서방 국가들은 중국 정부의 홍콩 장악이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산하 홍콩 주재 특파원공서는 해당 성명에 대해 일부 EU 정치인들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홍콩을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파원공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선거는 법과 규정을 준수해 공정하게 이뤄졌으며, 존 리 당선인에 대한 강력한 지지가 이를 증명한다”면서 “홍콩의 중국 반환 25주년을 맞아 ‘일국양제’ 정책이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이번 선거는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